지난 4월 느닷없이 늑대 한 마리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대전 테마파크 ‘오월드’에서 사육하는 늑대들 가운데 ‘늑구’란 이름의 두살배기 수컷이 동물원을 탈출한 것이다. 평소 울타리 안에 갇혀 지냈던 녀석은 울타리 하부를 파낸 뒤 그 밑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는 시민 안전을 감안해 즉각 비상 대책 상황반을 꾸려 운영에 돌입했다. 소방관은 물론 민간 인력까지 동원해 사라진 늑대 추적에 나섰다. 늑구의 수색 및 포획 작업에는 엽사, 그러니까 총을 쏴 짐승을 잡는 포수(砲手)도 포함됐다. 다만 당국은 “사살 아닌 생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경계령이 내려진 뒤 열흘 가까이 오월드 부근 야산을 배회한 늑구는 결국 마취총에 맞아 생포됐다. 아이들이 늑대의 공격을 받을까봐 일부 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려졌던 대전시 관계자 및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늑구는 뜻밖에도 동물원의 ‘스타’로 부상했다. 오월드로 돌아가 사육사가 주는 고기를 집어먹는 동영상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일각에선 야생 동물을 비좁은 우리 안에 몰아넣고 기르며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삼는 지금의 동물원 제도가 과연 옳으냐 하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북유럽 덴마크에서 늑대는 19세기 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가에서 기르는 가축을 잡아먹는 해로운 동물인 만큼 사람들이 너도나도 직접 또는 포수를 고용해 사냥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늑대가 2012년 다시 덴마크의 숲에서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이웃 나라 독일로 옮겨간 늑대들이 새 서식지를 찾아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등 해외 영토를 뺀 면적이 한반도의 5분의 1 정도다. 국민 수는 600만명가량 된다. 이렇게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 안에서 약 50마리의 야생 늑대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4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남서쪽으로 270㎞쯤 떨어진 소도시 뇌레 네벨에서 늑대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었다. 경찰이 늑대를 직접 사살한 것은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약 1주일 전부터 출몰한 늑대는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어린 자녀를 기르는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면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그래서 늑대가 사살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권 옹호론자들은 “늑대가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함으로써 덴마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는 늑대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반발했다. 덴마크에도 늑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