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CJ제일제당 보몬트 공장. 위생복을 갖춰 입고 만두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기계가 빠른 속도로 만두피에 소를 채우고 모양을 빚어냈다. 보몬트 공장에선 하루 35만파운드(약160톤) 이상의 만두를 생산하는데 이 가운데 비비고 만두만 25만파운드(약113톤)에 달한다. 187g짜리 비비고 찐만두 한 봉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약 86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보몬트 공장은 CJ제일제당의 미국 20여개 공장 중 K푸드 사업을 떠받치는 핵심 생산기지 중 하나다. 2020년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으며 만두를 비롯해 볶음밥, K소스, 누들, 김스낵 등을 생산한다. 공장에는 만두 생산라인 4개와 볶음밥 라인 2개, 김 생산라인 1개 등이 갖춰져 있다. 전체 생산에서 만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2%에 달한다.
멜리사 톰슨-트루프 CJ슈완스 아시안식품 제조 담당 부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몬트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랜드는 비비고와 애니천”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그간 미국 식품기업인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9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공략해 왔다. K컬처 인기와 함께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사업기반을 다졌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브랜드·제품 경쟁력을 키워 왔다.
세계인의 익숙한 식문화에 K푸드를 입히다
CJ제일제당이 K푸드 세계화의 선봉장으로 ‘만두’를 낙점한 이유는 전 세계 어디서나 버무린 소를 밀가루로 반죽으로 감싸먹는 공통의 식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속 내용물에 따라 한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미국에서는 얇고 촉촉한 피와 칼로 써는 공정으로 원물감이 풍부한 만두소 등 건강식으로 포지셔닝하며 중국, 일본식 제품과 차별화했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은 만두 연구개발 팀을 운영하며 끊임없이 현지인 입맛과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돼지고기 만두소 대신 미국 현지인이 좋아하는 닭고기와 고수향을 가미한 ‘비비고 치킨·실란트로(고수)’가 큰 인기다.
톰슨-트루프 부사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지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한국 음식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현지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부추와 돼지고기로 만두를 만든다면 미국에서는 치킨과 고수를 활용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비비고 만두는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2024년 연간 기준 미국 B2C(기업·소비자 거래) 만두 시장에서 비비고의 점유율은 41%로 1위를 차지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비비고 찐만두를 먹는 영상이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미국 ABC 방송의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도 제품이 소개되는 등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선제적 M&A와 인프라 투자가 만든 ‘K푸드 영토 확장’
만두의 성공 뒤에는 CJ제일제당의 오랜 선제적 투자가 있었다. 특히 2019년 현지 냉동식품 기업인 슈완스 인수는 미국 사업 성장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인수 이듬해부터 양사의 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슈완스가 미국 전역에 갖춘 물류시설과 유통망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만두를 비롯한 비비고 K푸드는 월마트, 타깃 등 주요 유통채널을 포함해 현재 8만여 개의 유통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만두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와 탄탄한 현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북미 K푸드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톰슨-트루프 부사장은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