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디자이너·단독 브랜드”…홈쇼핑, 벌써 ‘가을 패션 전쟁’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이지만 홈쇼핑 업계의 시계는 이미 가을·겨울로 넘어갔다.

 

롯데홈쇼핑 제공

캐시미어와 가죽 코트 같은 고급 소재를 앞세우는가 하면 해외 디자이너·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손잡고 단독 상품을 내놓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이 정체되면서 다른 유통채널에서 살 수 없는 자체·단독 브랜드가 고객을 붙잡는 핵심 카드로 떠오른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가을·겨울(FW) 신상품을 소개하는 ‘패션 이즈 롯데’ 특집전을 진행한다. 매회 주문액 약 50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 패션 행사로, 올해는 행사 시기를 전년보다 앞당기고 참여 브랜드도 10여개로 확대했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브랜드별 색깔을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유행을 좇기보다 파리와 런던 등 패션 도시의 감성을 각 브랜드에 접목하고 소재와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대표 브랜드 LBL은 올해 론칭 10주년을 맞아 1953년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라애슐리’와 협업한다.

 

로라애슐리 특유의 클래식한 패턴과 자연주의 감성을 LBL이 강점을 가진 프리미엄 소재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오는 17일 대표 패턴을 활용한 자수 블라우스와 데님 팬츠를 먼저 내놓고 캐시미어와 라쿤 소재 상품으로 가을·겨울 라인업을 확대한다.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아우터도 강화한다. 가죽 코트와 테디베어 코트 등을 선보이고 남성 상품까지 확대해 여성복 위주의 브랜드에서 토털 패션 브랜드로 외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선보인 자체 브랜드 ‘네메르’에는 프랑스 파리 감성을 입혔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작업한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텔 코셰와 신상품을 공동 기획하고 프랑스 국적의 한국계 혼혈 모델 티아나 톨스토이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오는 28일부터 캐시미어 니트와 재킷 등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릴리오’도 캐시미어울과 모헤어 등으로 소재 폭을 넓힌다. 대표 패션 프로그램 ‘엘쇼’에서는 22일과 29일 각각 120분 동안 LBL과 조르쥬레쉬 등의 니트, 팬츠, 가죽 재킷, 코트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롯데홈쇼핑이 단독 브랜드의 ‘정체성’을 앞세웠다면 경쟁 홈쇼핑 업체들은 소재와 콘텐츠를 축으로 패션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GS샵은 구매력이 높은 4050 고객을 겨냥해 프리미엄 패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던 전통적인 홈쇼핑 패션에서 벗어나 소재와 디자인을 앞세워 객단가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자체 브랜드 ‘모르간’을 비롯해 ‘코어 어센틱’, ‘SJ와니’ 등을 중심으로 울·실크·레더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한 상품군을 확대했다. 과도한 로고 대신 소재와 디테일을 강조하는 ‘콰이어트 럭셔리’를 시즌 키워드로 내걸었다.

 

고급 소재를 찾는 고객 수요는 여름철 겨울옷 판매에서도 확인됐다.

 

GS샵이 지난 5월부터 7월19일까지 판매한 역시즌 겨울 패션 상품 주문액은 190억원으로 전년 행사 주문액 40억원보다 375% 증가했다. 자체 브랜드인 르네크루와 SJ와니, 쏘울이 주문 상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진행한 SJ와니 특집 방송은 2시간 동안 약 14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폭염 속에서도 코트와 무스탕 등 단가가 높은 겨울옷을 할인할 때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홈쇼핑 업체 입장에서는 FW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패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CJ온스타일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상품 자체뿐 아니라 패션을 보여주는 콘텐츠까지 차별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 자체 브랜드 ‘셀렙샵 에디션’은 지난 3월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의 전통적인 협업을 넘어 사진·미술 등 지식재산권(IP)을 의류에 결합하며 브랜드에 이야기를 더하는 방식이다.

 

판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패션 숏폼을 연간 5000개 이상 제작하고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확대하는 등 ‘보는 패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SS 패션위크에서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 편성을 전년보다 60% 늘렸다.

 

TV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옷을 설명하고 판매하던 기존 홈쇼핑 방식을 넘어 짧은 영상과 라이브방송, 스타일링 콘텐츠를 통해 젊은 고객까지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홈쇼핑 업계의 수익성 고민과도 맞물려 있다.

 

TV 시청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 속에서 주요 홈쇼핑사들은 패션·뷰티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늘리고 모바일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GS샵은 패션 자체브랜드와 모바일 연계 전략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한 29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CJ온스타일 매출은 4.5% 늘어난 3785억원이었다.

 

결국 올가을 홈쇼핑 패션 경쟁은 ‘누가 더 싼 옷을 파느냐’보다 ‘어디에서만 살 수 있는 옷인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로라애슐리와 크리스텔 코셰를 끌어와 브랜드별 정체성을 강화했고, GS샵은 고급 소재와 4050 고객에 집중했다. CJ온스타일은 IP 협업과 숏폼·라이브 콘텐츠로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홈쇼핑 패션이 가격과 물량 중심에서 브랜드와 소재, 콘텐츠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한여름부터 시작된 가을·겨울 고객 선점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