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에 뚝딱”…편의점서 하루 300잔, 요즘 뜨는 ‘이 음료’

편의점에서 컵을 꺼내 기계에 올리자 냉동 과일이 갈리기 시작한다. 1분가량 지나면 카페에서 주문한 것과 비슷한 스무디 한 잔이 완성된다. 여름철 편의점 음료 시장에서 ‘즉석 스무디’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이 지난 3월 선보인 즉석 스무디는 출시 약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잔을 넘어섰다. CU와 GS25, 이마트24까지 판매 점포와 상품 종류를 늘리면서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즉석식품 경쟁 품목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과거 편의점의 즉석식품 경쟁이 도시락과 삼각김밥, 원두커피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매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음료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점포 수 확대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편의점 업계가 객단가와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릴 차별화 상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븐일레븐 즉석 스무디는 지난 3월11일 출시 이후 이달 9일까지 누적 판매량 70만잔을 돌파했다.

 

구매 시간대도 뚜렷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출 비중이 20%로 가장 높았고 오후 2~4시가 17%로 뒤를 이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매출이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점심을 먹은 뒤 디저트를 찾거나 오후 시간대 시원한 간식을 찾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 보면 여성 고객 비중이 65%로 남성 35%를 크게 웃돌았다. 모바일 주문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 6월 세븐일레븐 앱을 이용한 즉석 스무디 당일픽업 매출은 전월 대비 3.1배 증가했고 7월에는 6.6배로 뛰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세븐일레븐이 명동·광화문·속초·부산·제주 등 주요 관광지 점포 80여곳의 지난달 외국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즉석 스무디는 외국인 인기 상품 상위 5개 안에 포함됐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사용되는 스무디 기기를 들여와 1년 이상 국내 현지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용 컵을 기기에 넣으면 상품별로 믹싱 시간과 회전 속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사용한 회전 칼날은 자동 세척되는 방식이다.

 

회사는 연내 주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 매장을 현재보다 약 2배 늘리고 추가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즉석 스무디에 힘을 싣는 곳은 세븐일레븐뿐만이 아니다.

 

CU는 지난해 6월 즉석 스무디를 처음 선보인 이후 최근 누적 판매량 50만잔을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운영 점포는 약 300곳이다. 연말까지 이를 500여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점포에서는 판매량이 크게 뛴다.

 

최근 3개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CU에서는 성수디저트파크점과 에버랜드점, 명동역점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성수디저트파크점에서는 하루 약 300잔이 팔리기도 했다.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기존 믹스베리·딸기바나나·수박 등에 이어 사과·비트·당근을 조합한 ‘ABC 스무디’와 아사이베리·바나나를 활용한 제품까지 추가했다. 단순히 시원한 음료를 넘어 과일과 채소를 간편하게 먹으려는 소비층까지 겨냥한 셈이다.

 

GS25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GS25의 올해 1~6월 즉석 스무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0.3% 증가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점에서는 하루 최대 180잔이 판매됐다. 이 점포에서는 스무디가 담배를 제치고 전체 상품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GS25는 수박 스무디와 카페라떼 스무디 등 신제품을 추가하면서 현재 약 200곳인 판매 점포를 8월 중 30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도 경쟁에 가세했다.

 

이마트24의 올해 상반기 스무디 매출 신장률은 월평균 61%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아사이베리를 활용한 ‘트리플베리 스무디’를 새로 선보였다. 현재 약 200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운영 매장을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이마트24는 과거에도 편의점 안에 전문 스무디 브랜드를 결합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스무디킹과 손잡고 매장 내 별도 카운터를 만드는 형태로 사업을 확대했고 일부 점포에서는 하루 평균 30잔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편의점이 단순 완제품 판매 공간에서 즉석 제조 음료를 파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일찍 시험한 사례다.

 

최근 편의점 스무디의 공통점은 전용 냉동 컵과일을 기기에 넣으면 약 1분 안에 음료가 완성된다는 점이다. 가격대는 대체로 3000~3500원 수준이다. 일반 카페보다 가격 부담과 대기 시간을 낮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냉동 과일이 기계 안에서 바로 갈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편의점 업체들이 스무디 같은 즉석 먹거리에 공을 들이는 데는 시장 구조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된 지난해 말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3266개였다. 전년 말 5만4852개에서 1586개 감소했다.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수가 사실상 정체 또는 감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신규 출점만으로 매출을 늘리는 전략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결국 업계의 승부처는 ‘점포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에서 ‘한 점포에서 무엇을 더 파느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CU와 GS25는 올해 간편식과 신선식품을 기존 상품보다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 주요 업체들은 외식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 등 즉석 먹거리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스무디도 같은 맥락이다. 음료 한 잔을 더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스무디를 사러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간편식이나 디저트 등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명동·여의도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하루 100~300잔씩 팔리는 사례가 나오면서 점포별 차별화 상품으로서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긴 여름도 스무디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4사가 판매 점포를 동시에 늘리고 신제품까지 추가하면서 올여름 시작된 ‘1분 스무디’ 경쟁이 일시적인 계절 상품을 넘어 세븐카페와 원두커피처럼 편의점의 새로운 즉석음료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