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받는 데 3분도 길다.”
국내 커피 시장의 경쟁 기준이 가격과 메뉴를 넘어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출근길과 점심시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 얼마나 빨리 주문하고 음료를 받아 매장을 빠져나갈 수 있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주문한 음료를 3분 안팎에 받을 수 있는 ‘패스트 서브(Fast Serve)’ 서비스를 전체 매장의 40% 이상으로 확대했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모바일 선주문을 강화하고 투썸플레이스도 ‘기다림 없는 픽업’을 앞세우면서 커피업계에 ‘속도전’이 붙었다.
특히 최근 소비자 이용률 조사에서 메가MGC커피가 스타벅스를 처음 앞선 상황과 맞물리면서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공간뿐 아니라 ‘편의성’에서도 고객을 붙잡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오픈서베이의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6’에서 최근 한 달간 이용률은 메가MGC커피가 71.0%로 스타벅스 69.2%를 앞섰다. 주 이용 브랜드에서도 메가MGC커피가 31.9%, 스타벅스가 26.1%로 집계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4월부터 출근길과 점심시간처럼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음료와 푸드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패스트 서브’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 서브는 2024년 2월 도입했던 ‘나우 브루잉(Now Brewing)’을 개선한 서비스다. 현재 운영 매장은 936곳으로 스타벅스 전체 2185개 매장의 약 43%에 달한다. 초기에는 직장인이 몰리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적용했지만 쇼핑몰 등으로 운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패스트 서브 주문의 약 90%가 주문 접수 뒤 3분 이내 고객에게 전달됐다. 제공 속도가 빠른 상위 50개 매장의 평균 제공시간은 1분30초였다.
대상 음료도 초기 10종에서 브루드 커피와 콜드 브루 등을 포함한 12종으로 늘었다. 아이스 브루드 커피와 바닐라 크림 콜드 브루, 콜드 브루 등의 판매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는 음료만 빨리 내주는 데서 한발 더 나갔다. 하루 한 컵 RED+, 프리미엄 바나나, 한개란, 에그 클럽 샌드위치,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 B.L.T. 샌드위치, 그릭 요거트 등 간단한 식사류 7종까지 패스트 서브에 포함했다.
출근 직전 커피와 아침 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직장인 수요까지 겨냥한 셈이다.
경쟁사들도 이미 ‘주문 시간을 없애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용률에서 스타벅스를 넘어선 메가MGC커피는 모바일 앱에 ‘퀵오더’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주 찾는 매장과 메뉴, 결제수단을 미리 등록하면 앱 홈 화면에서 곧바로 주문과 결제를 끝낼 수 있다. ‘메가오더’를 통한 사전 주문뿐 아니라 지정한 시간에 제품을 받는 픽업 예약, 여러 사람의 주문을 한꺼번에 모으는 ‘함께오더’도 운영한다.
앱 이용자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메가MGC커피가 지난해 앱을 개편하면서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가입자는 약 650만명,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00만명 이상이었다. 2022년 이후 앱 회원이 매년 약 150만명씩 증가했고, 한때 50만명 수준이던 MAU는 약 6배로 늘었다.
메가MGC커피가 커피 가격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단계에서 벗어나 ‘싼데 주문까지 빠른 커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메가MGC커피의 최근 한 달 이용률은 전년보다 5%포인트 상승한 71.0%를 기록했다. 스타벅스는 69.2%로 전년보다 12.5%포인트 낮아졌다. 컴포즈커피 역시 45.9%에서 52.9%로 올라섰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자체 앱 ‘투썸하트’를 통해 ‘투썸오더’를 운영한다.
고객이 앱에서 매장을 정한 뒤 메뉴를 주문·결제하고 매장에 도착해 바로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투썸플레이스는 해당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매장 방문 시 기다림 없이 쉽고 빠르게 주문한 메뉴를 수령할 수 있는 모바일 주문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케이크 역시 예약과 결제, 픽업을 앱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
컴포즈커피도 모바일 주문과 빠른 픽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공식 앱은 메뉴 선택부터 주문·결제·픽업까지 앱에서 처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회사 측도 앱의 핵심 기능으로 ‘간편한 모바일 주문’과 ‘신속한 결제 및 픽업’을 내세우고 있다.
커피업계 밖에서는 이미 비슷한 경쟁이 한발 앞서 진행됐다.
맥도날드는 ‘M오더’를 통해 앱에서 미리 메뉴를 주문하고 매장 내 식사·포장·드라이브스루 등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역시 ‘롯데잇츠’를 통해 매장 픽업과 차량에서 제품을 받는 ‘드라이빙 픽업’을 제공한다.
업계의 움직임은 국내 카페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과거 대형 커피전문점이 매장 분위기와 브랜드, 메뉴 차별화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가격과 매장 접근성, 모바일 주문 편의성까지 동시에 갖춰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 커피의 약진은 뚜렷하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최근 한 달간 카페 음료를 마신 소비자 가운데 저가 프랜차이즈 이용률은 81.5%에 달했다. 소비자는 한 브랜드만 이용하기보다 저가 프랜차이즈와 대형·고가 프랜차이즈 등을 오가며 평균 3.58개 유형의 카페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의 패스트 서브 확대도 이런 시장 변화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 사이렌 오더라는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갖춘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만큼, 이제는 주문 이후 음료가 손에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단계로 경쟁이 넘어가고 있어서다.
메가MGC커피는 ‘가격+접근성+원터치 주문’을, 투썸과 컴포즈는 ‘모바일 선주문+즉시 픽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제공시간을 ‘3분 이내’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2000원대 커피가 프리미엄 커피의 이용률을 넘어선 지금, 커피업계의 다음 승부는 몇 백원의 가격 차이가 아니라 출근길 고객의 ‘몇 분’을 누가 먼저 돌려주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