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9440억 현금’ 불복 또 대법행…‘주주가치’ 고려 한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분할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1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재상고 기한 직전인 지난 14일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단은 SK그룹을 통해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다”며 “주주들과 그룹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재계에선 이번 최 회장이 재상고에 대해 판결 확정 시 즉각 마주해야 하는 지연 이자 부담을 덜고 재원 조달 기간을 확보하려는 실리적 목적이 짙다고 보고 있다. 지배 지분율이 낮은 구조적 한계와 최근 강화된 상법상 주주 보호 기조 속에서 총수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재산 분할금을 즉시 일시불로 지급해야 했다. 지급이 지연될 경우 발생하는 지연 손해금은 연 5%로, 하루 약 1억3000만원(연간 약 47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법원 재상고를 통해 최종 확정판결 시점을 뒤로 미루면서 최 회장은 지연 이자 폭탄을 피하고 전방위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투자자들의 주주환원 압박이 거세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수 개인의 소송 자금 조달을 위해 SK실트론 등 알짜 계열사 자산을 무리하게 매각하거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소수 주주 및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안으로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 이사회가 개입한다면 또 다른 소송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최 회장과 SK에게 ‘시간’이 필요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타 대기업 총수들보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 지분이 취약한 상황에서, 소송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인 지분 매각이나 무리한 주식 담보 대출을 감행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 노출도가 급격히 커지게 된다. 최 회장의 SK㈜의 지분율은 17.9%로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모두 포함해도 25.42%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전자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34∼35%, 구광모 LG 회장 등 LG 일가의 ㈜LG 지분율이 41.7%라는 점과 비교하면 경영권 방어에 열악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 회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가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거래를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재산분할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에서는 앞서 이혼소송을 맡았던 대법원이 ‘노태우 비자금’의 기여를 부정했음에도 파기환송심이 분할 비율을 기존 35%에서 33.3%로 소폭만 낮춘 점의 타당성과 주식 가액 산정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은 SK㈜의 주식 가액을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정했는데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원이 주가 산정일은 변론종결일로 잡으면서도 재산분할 비율은 현재가치를 반영해 높게 산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