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마른장마로 논바닥이 갈라지고 작물이 바짝 말라가던 경남 전역에 드디어 기다리던 비가 내리고 있다.
제13호 태풍 ‘돌핀’이 끌어올린 막대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속이 타 들어가던 농민들은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됐다.
16일 경남도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부터 17일까지 경남 전역에 50~150㎜,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등 많은 곳은 200~2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비는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서해로 이동하는 저기압이 태풍 돌핀이 약화한 뒤 남긴 열대 수증기를 대거 끌어올리면서 형성됐다.
그동안 경남의 가뭄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도내 18개 시·군 전역에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발령됐고, 평균 저수율은 평년(70.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6%까지 떨어졌다.
특히 밀양·거제·의령·함안은 가뭄 최고 단계인 ‘심각’에 진입했으며, 도내 5700여 농가, 2100㏊가 넘는 농경지에서 작물 시듦과 고사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에 예보된 비는 타들어 가던 농작물을 적시고 저수율을 회복시키는 결정적인 ‘효자 단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내에서 저수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뭄이 가장 심각했던 밀양 지역 농민들의 안도는 남달랐다.
밀양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논바닥이 하얗게 갈라지고 고사 직전까지 간 벼를 보며 밤마다 잠을 설쳤는데, 비가 쏟아진다는 소식에 이제야 살 것 같다”며 “타들어 가는 논에 시원하게 물을 퍼부어준 전국의 소방대원들과 군 장병들, 마침내 내려주는 단비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비 소식이 본격화됨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경남 지역에 발령됐던 ‘국가소방동원령’은 15일 오후 6시를 기해 나흘 만에 해제됐다.
동원령 기간 동안 경남 현장에는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 물탱크차와 경남·창원소방본부 차량, 군 급수차 등이 총동원돼 메마른 논밭을 적셨다.
나흘간 공급된 누적 용수만 총 4603회, 3만4839t에 달한다. 특히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소속 차량 102대까지 가세해 소방과 함께 3400t 이상의 농업용수를 심각 지역에 집중적으로 퍼부으며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였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가뭄 현장을 직접 찾아 군 장병과 소방대원들에게 “여러분의 헌신적인 지원이 물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던 농민들에게 가뭄을 버텨낼 힘이 됐다”며 격려했다.
다만 오랫동안 바짝 마른 땅에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기습적으로 쏟아질 경우 침수나 산사태 등 예기치 못한 비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관계기관은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남도와 각 지자체는 가뭄 해갈의 기쁨과 함께 호우 피해 예방을 위한 비상 대응 체계로 즉시 전환했다.
박 지사는 “가뭄으로 고통 받은 도민들에게 호우 피해까지 겹치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며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고 호우 상황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