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살 아이가 30시간 넘게 방치돼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동을 유기·방임한 사건이 매년 8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반복신고 등 고위험군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있지만 가해자 분리 등 실질적인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방임·유기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 수는 848건에 달했다. 아동방임·유기 사건은 2021년 734건, 2022년 756건, 2023년 981건으로 급증하다 2024년 857건으로 800건대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기준 수도권이 432건으로 절반(51%)을 차지했다. 이어 경남(49건), 대구(46건), 전남(42건), 충남(40건) 순이었다.
아이에 대한 유기·방임 사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천안에서는 교회에서 지내던 11살 아이가 41.5도의 고열과 의식 저하 증상을 보인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아이가 30시간 넘게 교회 침대에 결박돼 있던 정황도 드러났다.
지적장애가 있던 아이는 부모 없이 출생 직후부터 교회에서 생활하다 최근 들어 외조모집에서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의 학대 의심신고는 2021년부터 4차례 계속됐다. 2021년에는 학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신고였지만, 나머지 3건은 아이가 “외할머니에 맞았다”고 수사기관 등에 말해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과 천안시는 즉각 분리 조치하지 않았고, 법원도 외조모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조치 신청을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이후 아이는 교회로 돌아간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교회 목사는 지난 14일 구속 송치됐고 아이의 외조모도 구속돼 조만간 송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대전에서도 20대 부부가 게임 중독에 빠져 생후 7개월인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인천 계양구에서 영아를 화장실에 버린 유기 사건이 발생했고, 3월에도 20개월 아이를 105시간 방치한 부모가 인천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위기아동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 수사경력, 반복신고, 사례관리 거부 가정 등 고위험군 아동학대 가정을 점검대상으로 선정해 복지부와 반기별로 조사하고 있고, 교육부와도 예비소집에 불참 아동, 미취학·장기결석 아동을 점검하고 있다. 영유아 예방접종미실시, 건강검진 미실시, 건강보험료 체납 등 47개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아동을 분기별로 발굴하는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기관 간 업무가 분절돼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기관, 사실관계 조사는 경찰이 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의 과거기록 조사부터 사후 관리까지 연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학)도 “부모니까 아이에 대한 처벌이 괜찮다는 생각이 조치를 어렵게 하는데 아동학대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