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싫어서 안 마셔요”…Z세대 42% 술잔 놨다

소주와 맥주를 앞에 두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술자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이유도 건강이나 돈보다 단순하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다.

 

클립아트코리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변화가 잡힌다. 2024년 19~29세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시는 비율은 56.0%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 37.9% 이후 가장 높았다. 젊은층의 ‘술 거리두기’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소비 습관으로 굳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주류업계도 움직였다. 주력 소주는 도수를 낮추고 맥주업계는 무·논알코올 제품을 늘린다. 술을 많이 파는 경쟁에서 ‘덜 취하는 술’을 파는 경쟁으로 시장의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 7월 27~31일 Z세대 구직자 1347명을 조사한 결과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월 1~2회 마신다는 응답은 24%, 2~3개월에 한 번 이하는 20%였다. 주 1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은 14%, 주 3회 이상은 2%에 그쳤다.

 

술을 마시는 781명에게 음주 정도를 묻자 63%가 ‘적당히 취기만 느끼는 정도’라고 답했다. ‘가볍게 입만 대는 정도’도 29%였다.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는 응답은 8%뿐이었다. 음주자의 59%는 과거보다 술자리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술을 줄인 이유도 눈에 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53%로 가장 많았고 건강·체중 관리 19%, 숙취·다음 날 컨디션 관리 16%, 비용 부담 6% 순이었다. 술을 참는 ‘절주’라기보다 술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공식 통계에서도 방향은 비슷하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19~29세 중 비음주자를 포함해 월 1회 이하로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은 56.0%였다. 2020년 51.7%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뒤 2022년 54.6%, 2023년 52.6%를 거쳐 2024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는 47.6%, 40대 44.4%, 50대 52.8%였다. 60대 62.9%, 70세 이상 78.2%로 고령층에서 다시 높아진다.

 

섭취량도 줄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인용된 2024년 20대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2023년 95.5g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60대의 66.8g보다도 낮았다. 2005년 20대 주류 섭취량은 139g이었다.

 

여기서 64.8g을 ‘순수 알코올 섭취량’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통계에서 제시된 것은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이다.

 

젊은층의 음주문화 변화와 내수 소비 부진 속에 기존 맥주 시장도 압박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61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49억원으로 0.7% 증가했다. 소주 부문 매출은 3827억원으로 0.1% 늘었지만 맥주 부문 매출은 2081억원에서 1763억원으로 15.3% 줄었다. 맥주 부문 영업이익도 83억원으로 29.2% 감소했다.

 

주류업계가 먼저 손댄 것은 도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0.3도 낮췄다. 회사는 시장에 확산하는 저도화 흐름과 깨끗한 음용감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월에는 ‘진로’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롯데칠성음료도 1월 제로슈거 소주 ‘새로’를 리뉴얼하면서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조정했다. 주요 소주 브랜드가 잇따라 15도대로 내려온 셈이다.

 

맥주 시장에서는 아예 알코올 부담을 없애거나 크게 낮춘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2020년 ‘카스 제로’를 선보인 뒤 카스 0.0, 카스 올제로, 카스 레몬 스퀴즈 0.0 등으로 무·비알코올 제품군을 넓혔다. 올해 1분기 오비맥주의 무·비알코올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 3월 무알코올 맥주 ‘테라 제로’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기존 ‘하이트제로 0.00’에 이어 주력 맥주 브랜드 테라까지 무알코올 시장에 투입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기존 무·논알코올 제품군을 ‘클라우드 논알콜릭’으로 재정비해 경쟁에 가세했다. 주류업체들이 기존 소주·맥주의 도수를 조금씩 낮추는 동시에 알코올을 거의 또는 전혀 넣지 않은 제품을 별도 성장축으로 키우는 구조다.

 

젊은 소비자가 원하는 술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많이 마시고 오래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마실지 말지부터 스스로 정하고 마시더라도 부담 없이 즐기는 쪽이다. 주류업계가 15도대 소주와 무·논알코올 맥주를 동시에 키우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