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선율 따라… ‘발레의 진화’ 2色 몸짓

서울시발레단, 2주년 공연 성료
거장 슈푸크·에크만 더블빌 무대
‘일곱 번째…’ 정통발레 미학 녹여
‘선인장’ 풍자·부조리 비판 눈길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2주년 기념 무대로 더블 빌 ‘죽음과 소녀’를 14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바탕으로 정통 발레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크리스티안 슈푸크의 ‘일곱 번째 파랑’과 평론가를 향한 우화를 심어놓은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을 선보였다. 서울시발레단이 세종문화회관을 떠나 외부 극장에서 선보인 첫 공연이자 연주자들이 무용수들과 함께 호흡한 보기 드문 무대였다.

 

1부 ‘일곱 번째 파랑’은 정통 발레 기예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짙은 청색의 절제된 의상을 입은 일곱쌍의 남녀 무용수가 추는 파드되(2인무)가 모여 군무를 이루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고전 발레가 컨템퍼러리로 진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무대 뒤편에 자리한 콰르텟21은 공연 도중 무대 전면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연 전체를 이끌었다. 중간에 죄르지 쿠르타그와 디터 펜헬의 음악이 섞였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녀에게 죽음이 연민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는 슈베르트의 이미지가 살아났다. 벽 앞에서 한 여성 무용수가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선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강효정(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수석)이 밀도 높은 춤을 보여줬다.

크리스티안 슈푸크의 ‘일곱 번째 파랑’. 오른쪽 사진은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 서울시발레단 제공

에크만이 스타 안무가로 성장하는 과정의 초기작 ‘선인장’은 같은 음악에서 출발하는 무대였으나 결이 완전히 달랐다. 할로겐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16인의 무용수가 각자의 플랫폼 위에서 서로 다른 춤으로 하나의 총합을 만들어냈다. 무용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내레이션이 흐른다. “성별도 이름도 지워진 채 수평면 위에 나란히 놓인 몸들은 하늘·인간·땅이라는 절대 진리를 상징합니다. 선인장은 만물을 굽어보는 태양이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이는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삶의 여정을 나타냅니다.”

 

에크만이 만들어낸 가상의 평론가가 무대 위 춤을 보며 만들어내는 해석이다. 그럴듯한 문장이 이어지는데 안무가를 향하던 평론가 비판에 대한 에크만의 재치 있는 반격이다. 남녀 두 무용수가 녹음된 대화에 맞춰 춤을 구성하는 대목도 같은 결이다. 몸이 보여주는 것과 머릿속에서 오가는 생각이 어긋난다. 죽은 고양이가 예고 없이 툭 하고 떨어지는 순간에 이르면 부조리가 정점에 닿는다. 무대가 완성되어 갈 무렵 무용수들은 제각각의 자세로 자신의 선인장과 함께 무대에 섰다. 통일된 대형도, 맞춰 떨어지는 군무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 물을 주고 가시를 키워온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난 선인장이었다. 예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장면이었다.

 

15일 공연이 끝난 후 열린 서울시발레단 출범 2주년 기념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는 “2년 동안 16개 작품을 올렸고 2027년 라인업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에서 2028년 작품을 논의할 만큼 단체가 자리를 잡았다”며 쉽지 않았던 창단 과정을 돌아봤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도 국내에 설 자리가 없어 해외로 떠나는 무용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창단의 큰 배경이었는데 최근 시즌 무용수 오디션에선 지원자 150명 가운데 해외 활동 무용수가 50명에 달했다”며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어 감격스러웠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