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예산시장. 천장 아래 ‘장터광장’이라고 적힌 붉은 안내판 위에 작은 둥지 하나가 붙어 있다.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민 제비들이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한때 사라졌던 제비가 돌아온 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예산시장은 2023년 예산군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손잡고 시장 살리기에 나서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와 장터광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백종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쇠락하던 전통시장에 젊은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몰렸다.
인기의 중심에는 장터광장이 있다. 시장 정육점 등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구입한 뒤 광장에서 불판과 상차림을 빌려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풍경은 어느새 예산시장을 대표하는 장면이 됐다. 부담 없는 가격에 시장의 여러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즐기는 재미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열풍이 늘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개장 초기의 폭발적인 관심이 잦아들면서 한때 방문객이 줄었고,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나왔다. ‘백종원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 속에 반짝 흥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숙제로 남았다.
시장 재정비 과정에서는 오랜 ‘단골손님’도 터전을 잃었다. 제비다. 시장 처마와 점포 곳곳에 둥지를 틀던 제비들은 건물이 철거되고 구조가 바뀌면서 둥지 일부를 잃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제비는 다시 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건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낡은 간판과 벽돌 건물 사이로 옛 정취를 살린 가게들이 이어진다. 손글씨와 오래된 소품, 브라운관 TV와 다이얼 전화기까지. 과거의 시장 풍경을 지우는 대신 오늘의 감각을 덧입혔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경험해 보지 못한 ‘레트로’다.
낡아서 사람들이 떠났던 시장은 이제 그 오래됨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사람이 돌아오고, 골목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시장 한쪽에는 제비가 다시 둥지를 틀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머무는 예산시장의 ‘지금,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