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6-08-17 05:28:55
기사수정 2026-08-17 05:28:54
英 식민지 이민자 위한 주택 배송이 시초
2000년대 들어 뉴욕·런던 32·44층 등장
韓, 아파트 적용 2017년 6층 규모가 최초
최근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듈러 주택’은 약 200년 전 등장한 조립식 주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첨단 건축기술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은 1800년대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0년대 영국의 목수 헨리 매닝은 목제 부품을 미리 만들어 호주로 운송한 뒤 현지에서 조립할 수 있는 이른바 ‘매닝 코티지’를 제작했다. 당시 영국 식민지로 건너가는 이민자가 급증하자 집까지 ‘포장’해 보내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이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선 전단지를 보고 집을 주문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는 1908년 전단지에 22개 주택 모델을 실었다. 고객이 원하는 집을 고르면 미리 재단한 목재와 못 등 각종 자재와 설계도를 보내주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키트 하우스’ 판매는 미국 곳곳에 확산됐다.
이런 주택이 대량 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은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었다. 주택이 대거 파괴된 영국은 1944년 ‘임시주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공장에서 만든 주택을 대량 공급했다. 1945∼1948년 영국에 들어선 프리패브(사전제작) 주택만 15만6000여개에 달했다. 당초 수년간 사용할 임시주택으로 지었지만, 일부는 수십년간 사용됐다.
일본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을 계기로 공업화 주택이 빠르게 확산됐다. 1959년 일본 다이와하우스가 내놓은 ‘미젯 하우스’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부재를 활용해 3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어린이용 공부방이었다. 전후 베이비붐으로 집이 비좁아진 데서 착안한 제품이었다. 이후 일본 대형 주택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자동차처럼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주택 산업화가 본격화됐다.
2000년대에는 모듈러 방식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2016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32층 모듈러 주거건물 ‘461 딘(461 Dean)’이 들어섰다. 공장에서 제작한 입체 모듈을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건물이었다. 2021년 영국 런던 크로이던에선 546가구 규모의 ‘텐 디그리스’ 건물이 각각 38층, 44층의 두 개동으로 지어지면서 새 기록을 썼다. 한때 ‘임시주택’과 동의어처럼 여겨졌던 조립식 건축이 40층이 넘는 도심 주거용 빌딩까지 진화한 것이다.
한국의 모듈러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현재와 같은 입체 모듈러 공법이 국내에 처음 적용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서울 신기초등학교 증축 건물이 모듈러 학교 시범사업으로 건설됐고, 이후 학교와 군 병영 등 규격화된 공간이 반복되는 시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한국에서 모듈러 방식이 아파트에 본격 적용된 것은 2010년대다. 2017년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국내 최초 모듈러 공동주택이 들어섰다. 6층, 3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이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모듈러 방식을 통해 고층 아파트를 짓는 단계로 나아갔다. 2023년 경기 용인 영덕에 13층, 106가구 규모의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한 데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의왕 초평 A-4블록에서 최고 22층, 381가구 규모의 모듈러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