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인공지능) 동맹’을 맺기로 하는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양사의 협력은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은 로봇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엔비디아와 자체 AI 모델 역량 고도화 및 로보틱스 분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LG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MOU를 통해 기술 교류나 솔루션 공급 관계를 넘어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등 주요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구 회장과 황 CEO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LG본사에서 만난 후 2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구 회장이 황 CEO에게 선물한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 제공
양사 협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로봇’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1∼3월)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의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 기반의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등 온보드 컴퓨팅이 두뇌를 맡고, LG그룹의 ‘원LG 휴머노이드’가 하드웨어를 책임진다.
원LG 휴머노이드는 그룹 차원의 하드웨어 부품 역량을 총결집하고 엔비디아의 AI 두뇌를 이식해 개발 중인 차세대 이족보행 로봇이다.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구동계(근육)에 LG전자가 자체 설계 및 생산한 고성능 액추에이터(관절 구동장치)가 탑재되고, 센서(시각)는 LG이노텍의 초정밀 카메라 및 광학기술이 적용된다. 에너지(심장)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효율 로봇 전용 배터리가, 소프트웨어는 LG CNS의 로봇 통합 플랫폼 피지컬웍스가 각각 맡는다. 양사의 동맹은 미·중 갈등 속에서 안정적인 글로벌 휴머노이드 공급망 파트너를 갈망하던 엔비디아와 향후 대세가 될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LG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그래픽처리장치(GPU) 붐’을 이끈 생성형 AI 시장 이후의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시장 최대 라이벌인 옵티머스의 경우 로봇 부품의 상당수를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대미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엔비디아가 안정적으로 로봇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중국을 대체할 완벽한 하드웨어 파트너가 필수적이었다.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핵심 부품 밸류체인을 단 하나의 그룹사 안에서 턴키(통합 수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사실 LG전자만 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엔비디아가 기꺼이 동반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또 2028년 상반기 충남 천안에 80㎿(메가와트) 규모 대형 AI 팩토리를 조성하고, 엔비디아의 차량용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에 LG의 인포테인먼트(IVI)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 영역까지 확장한 차세대 AI 차량 플랫폼 상용화에도 나선다.
황 CEO는 “LG의 제품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 리더십과 엔비디아 기술을 결합해 로봇, AI팩토리,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양사의 협업이 속도를 내면서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함께할 과제가 명확해졌다”며 “산업을 선도하는 참조(reference) 구축을 통해 AI 확산을 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