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이어 항모도 중동行… ‘대중국 억지력 공백’ 우려

이란전 장기화에 전력 재배치

美링컨함 250일 넘게 장기 파병
‘중국 견제’ 워싱턴함으로 교대
“中에 추가 무력시위 기회 제공”
동아시아 동맹국들 불안감 가중

60일 휴전은 사실상 ‘빈손 종료’
트럼프, 고강도 경제제재로 선회

미국이 이란 전쟁 장기화로 북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오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까지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외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 등 군사 전력의 중동 재배치를 가속하는 가운데, 항모까지 이동하면서 대중국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을 상대로 이렇다 할 군사적 해법을 만들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에 동아시아와 중동의 동맹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해군 USS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이 지난 2월26일 그리스 크레타섬 하니아 인근 수다 해군 기지에서 출항하는 모습. 하니아=AP연합뉴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에 있던 마지막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함을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동에 배치한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을 조지워싱턴함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링컨함 파견일자가 250일을 넘어서며 승조원들이 열악한 여건에 처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번 교대 배치는 전에 이미 계획돼 있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아시아를 떠난 조지워싱턴함을 대체할 전력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미군의 6번째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인 조지워싱턴함은 미국 본토가 아닌 일본 요코스카 기지가 모항으로 지정돼 인도태평양 지역, 좁게는 동아시아 지역에 상시 배치된 미군의 유일한 항모다. 대체 전력이 없다면 당분간 북태평양에 미 항모가 없는 상태가 된다.

 

잇따른 전력 재배치는 중국과 대치하는 동아시아 지역 미 동맹국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 집중하고 중국은 아시아 내 세력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할 의지를 얼마나 가졌는지 이들 국가 사이에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미국이 중국과 타협해 기존 강경한 입장을 접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행보도 아시아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국방 분석가는 AP통신에 “항공모함의 부재는 중국에 또 다른 무력시위를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에서 중국 견제가 최우선 순위라 결국은 대체 항모가 투입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해군 전문매체 USNI 뉴스는 이날 관련 보도에서 “캘리포니아에서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인 시어도어루스벨트함과 이 항모의 전단이 배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전력에 대한 불안감은 중동지역의 국가들도 가지고 있다. 반년 가까운 공격 이후 타지역 군사자산까지 빼내 재배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군사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의 중동 내 동맹국들은 미군 주둔의 실효성을 재평가하고 다른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등 자체적인 안보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중동지역 최대 라이벌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튀르키예·파키스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식의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17일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 휴전 시한이 17일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 국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킨 역사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치들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란을 상대로 한 고강도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그는 “이란 항구로 어떤 것도 들어가거나 나오지 못하게 하는 호르무즈해협의 지속적인 봉쇄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