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팔면 SK주가 무너질 수도…최태원, ‘9440억 전액 현금’ 요구에 결단 [수민이가 궁금해요]

노 관장 측 '9440억 전액 현금' 고수…1조 대량 매도 시 증시 타격 불가피
최 회장 "주가 하락분 보전" 혼합 지급 제안했으나 평행선…결국 재상고

최태원(65)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여부는 당사자와 기업 관계자들은 물론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현금 9440억을 지급할지와 어떻게 지급하느냐에 따라 SK그룹 판도와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의 재상고 결론이 알려진 건 재상고 기한 마지막날인 지난 14일 오후 11시 59분쯤이었다. 마감 직전 재상고 결정을 한 것은 그만큼 양측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측은 어떤 식으로든 9년여 끌어온 소송을 마무리 짓고 개인사를 둘러싼 불가측성을 해소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최 회장측은 왜 끝내 재상고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금액을 어떻게 지급할 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탓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당초 파기환송심 결정대로 9440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파기환송심 이후 3주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조달을 위해서는 최 회장의 SK㈜ 지분 일부 매각이 불가피한 데 국내외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 문제였다. 대주주가 지분을 대량 처분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주식과 현금을 적절히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사실상 ‘현금’에 준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떨어진 차액을 보전해주되 상승할 경우 수익은 노 관장의 몫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노 관장 측의 강경한 입장이 확인됨에 따라 최 회장 측으로서는 대법원 재상고를 통해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기존 파기환송 취지를 재산분할 비율 등에 충실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재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파기환송심이 재산분할 비율과 액수를 산정한 방식이 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가격 산정 기준 시점을 이혼소송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지난 6월 26일을 기준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2024년 4월 당시 약 16만원이던 SK 주가가 지난 6월 85만 8000원까지 5배 넘게 오른 사정을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는 반영했다. 판결 액수가 1조원에 육박하는 배경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혼인 기간 SK그룹의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에 일부 기여했다고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3.3%, 최 회장 66.6%로 판단했다. 최 회장측은 재상고심에서 기준 시점 이후 주가 변동 상황을 분할 비율에 반영한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커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SK 반도체 사업에 노 관장의 기여가 없었음에도 주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요구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3조 4267억 원에 인수할 당시 노 관장은 부정적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갖고 밀어붙일 당시 노 관장은 그룹내 주요 경영진들에게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다 같이 죽는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스1

최 회장이 하이닉스의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과정은 최근 발간된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 슈퍼 모멘텀’에 담겨 있다. 플랫폼9와3/4팀이 쓴 이 책에서 저자들은 “그(최 회장)의 행보를 보면 지금 한국 경제를 설명하고 빅 픽처를 그려주는 거의 유일한 기업 리더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룹 안팎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비전을 현실화한 뚝심을 평한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SK그룹의 미래와 국내외 시장은 또 한 차례 출렁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