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1356캔·기저귀 80만개”…저출생 시대, 기업들 ‘육아 품앗이’ 나섰다

분유부터 기저귀, 유산균까지. 영유아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저출생 시대 육아 가정 지원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헥토헬스케어 제공

단순 기부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기업이 가장 잘 아는 제품과 사업 영역을 활용해 한부모가정과 미혼모, 이른둥이 등 도움이 필요한 영유아에게 직접 물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헥토헬스케어의 프리미엄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드시모네는 영유아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캠페인 ‘베이비 온(溫)’에 참여했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드시모네 베이비스텝1’ 200개를 기부했다. 코베 베이비페어 공식 앰배서더인 배우 고우리도 현장을 찾아 육아 가정을 응원했다.

 

‘베이비 온’은 임신·출산·육아 가정에 필요한 물품과 응원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이다. 일산을 시작으로 대전과 대구 등으로 지역을 넓혀 전국 단위 캠페인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헥토헬스케어는 같은 기간 베이비페어에서 베이비·키즈 건강식품 브랜드 김석진LAB 부스도 열었다. 신제품 ‘우리아이 DHA 스마트 드롭스’를 중심으로 성장기 영양 제품을 소개했다. 회사가 판매하는 영유아 건강 제품을 사회공헌과 연결한 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분유를 앞세운 지원이 활발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소비자 참여형 사회공헌 캠페인 ‘동행데이’를 통해 한부모가족에 ‘아이엠마더’ 분유 1356캔을 기부했다.

 

방법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1일 자사몰 남양몰에서 소비자가 아이엠마더 한 캔을 구매하면 동일 제품 한 캔을 자동으로 기부 물량에 적립했다.

 

당초 목표는 1111캔이었지만 실제 적립량은 1356캔으로 목표치를 넘어섰다. 남양유업은 과거 미혼모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지원 범위를 미혼부와 다문화가정, 위기가정 등 다양한 한부모가족으로 넓히고 있다.

 

영유아 전문 식품기업 아이배냇도 지난해 5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지파운데이션과 손잡고 미혼모와 취약계층 영아를 대상으로 분유 지원에 나섰다.

 

지원 규모는 ‘골든저지’ 분유 약 1억7000만원 상당이다. 영유아를 키우면서 매달 반복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분유를 직접 지원해 양육비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한킴벌리는 지원 대상을 ‘이른둥이’로 좁혔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자사 브랜드 하기스의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약 80만개를 기부했다. 일반 신생아보다 몸집이 작은 이른둥이를 위해 별도 규격의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대전공장에서 한두 달에 한 번씩 기존 주력 제품 생산을 멈추고 이른둥이용 기저귀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 크기가 휴대전화 정도로 작아 생산을 위해 별도 설비 투자도 필요하다.

 

제품 판매보다는 기업이 가진 생산 인프라를 필요한 곳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업 연계형’ 사회공헌 사례로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하기스를 비롯해 그린핑거, 베베그로우 등 유아동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른둥이 기저귀 기부를 주요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제품 기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장 규모가 작은 특수분유 자체를 장기간 생산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로 27년째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정상적으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모유나 분유를 자유롭게 먹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환자 수가 적어 일반 제품처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매일유업은 이 밖에도 환아와 가족을 위한 ‘앱솔루트 하트밀 캠페인’, PKU 가족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입양아와 미혼모 시설 지원도 이어왔다.

 

육아용품 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프리미엄 육아용품 브랜드 부가부는 지난해 말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와 함께 미혼모·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생명의집’에 유모차와 아기의자 등 약 20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전달했다.

 

기업들의 움직임은 저출생 문제가 장기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 0.75명보다 0.05명 올랐다. 출생아 수도 25만4457명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모두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반등했다.

 

반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출산·양육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분유와 기저귀처럼 아이가 어릴수록 반복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품은 한부모·취약계층 가정에 적지 않은 고정비가 된다.

 

이에 따라 기업 사회공헌도 현금성 후원에서 각 회사의 제품과 기술,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건강기능식품 기업은 영양 제품을, 분유 업체는 분유를, 생활용품 기업은 기저귀를 지원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고 지원받는 가정에는 당장 필요한 제품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는 출산 자체뿐 아니라 태어난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도 일회성 기부보다는 자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육아 가정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범위를 넓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