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농산물을 고를 때 가격뿐 아니라 생산·사육 환경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달걀을 고를 때도 껍데기에 찍힌 ‘난각번호’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많다. 특히 난각번호 끝자리가 1번인지 2번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면서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달걀’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각번호가 달걀의 품질이나 영양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육환경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를 원한다면 난각번호를, 신선도와 품질을 확인하려면 산란일자와 축산물 등급을 따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에는 산란일자 4자리와 농장 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 등 총 10자리의 난각번호가 표시된다. 소비자들이 흔히 말하는 ‘난각번호 1번’이나 ‘2번’은 이 가운데 마지막 한 자리인 사육환경번호를 의미한다.
사육환경번호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됐는지를 나타낸다. 사육환경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로 나뉜다. 1번은 자연방사, 2번은 평사 사육(축사 내에서 닭을 풀어놓고 사육),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 사육을 의미한다.
난각번호 표시는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도입됐다. 이후 달걀 껍데기에 생산·사육 정보를 표시하는 제도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됐다. 사육환경번호 1·2번에 해당하는 달걀 가운데 동물복지 인증 기준을 충족한 제품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는다.
다만 난각번호가 낮다고 해서 더 신선하거나 영양가가 높은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육환경번호가 달걀 자체의 맛이나 영양보다는 닭의 사육 환경과 동물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팀 연구에서는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의 달걀에서 동물복지 인증 농장 달걀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사육환경이 닭의 복지와 스트레스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사육환경번호만으로 달걀의 영양이나 품질 우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말하는 ‘좋은 달걀’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구매 목적에 따라 확인해야 할 정보가 달라진다.
달걀의 품질을 확인하려면 ‘축산물 등급’을 살펴볼 수 있다. 달걀은 외관판정·투광판정·할란판정을 거쳐 품질에 따라 1+, 1, 2등급으로 구분된다.
일상적인 구매에서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산란일자다. 달걀은 산란 후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산란일자가 최근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냉장 보관한 달걀 역시 산란일을 기준으로 한 달 이내 소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결국 달걀을 고를 때는 ‘난각번호 숫자가 낮을수록 무조건 좋은 달걀’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보다 각 표시가 의미하는 바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동물복지와 사육환경을 중시한다면 난각번호를, 신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산란일자를, 품질을 확인하고 싶다면 축산물 등급 표시를 확인하는 식이다. 가격 차이만 보고 숫자를 비교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걀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소비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난각번호만으로 달걀의 신선도나 영양, 품질까지 판단하기보다는 산란일자와 등급 등 다른 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