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서 유럽 정상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던 중 실수를 저질렀다. 바이든은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 아 참, 마크롱 대통령이죠”라고 말했다. 반대로 총리를 대통령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2025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회의 석상에서 의원내각제 국가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를 ‘카니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이에 카니 총리는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승진을 시켜줘 기쁘다”는 답으로 재치있게 응수했다.
1948년 정부 수립을 앞둔 대한민국의 헌법 초안이 내각제를 채택한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에 오래 체류해 미국식 대통령제가 익숙한 이승만 박사의 강한 반대로 내각제는 하루아침에 대통령제로 둔갑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제1공화국이 1960년 4·19 의거로 무너지고 들어선 제2공화국은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독재를 막아야 한다’며 내각제를 도입했다. 하나 1년도 안 돼 박정희 장군의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났다. 군정을 거쳐 1963년 출범한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 이래 한국 정부의 권력 구조는 줄곧 대통령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선진국 중에는 내각제 국가가 훨씬 많다. ‘경제 대국들 클럽’이라는 주요 7개국(G7)만 해도 미국·프랑스를 제외한 5개국이 내각제를 갖고 있다. 반면 미국 헌법을 본떠 대통령제를 선택한 중남미 국가 대다수는 만성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린다. 스페인 정치학자 후안 린츠(1926∼2013) 전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일찍이 “대통령제는 신흥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 분립 원칙이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내각제보다 헌정 질서의 붕괴 위험이 더 높다”고 설파했다. 마치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예상한 발언처럼 들린다.
요즘 개헌이 화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고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내각제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왜 내각제는 한국에서 이처럼 터부시될까. 일단 군부 쿠데타로 망한 2공화국의 기억이 제일 결정적인 이유 같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접하는 이웃 일본의 내각제가 자민당 여러 파벌들 간의 ‘장관 자리 나눠 먹기’처럼 운영되는 모습에 식상한 탓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제 폐해를 오래 겪은 만큼 내각제에 대한 선입관을 거둘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