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체제하에서 맞이하는 천장절을 봉축하고저 경성부와 국민정신총동원 경성연맹에서는 29일 성대히 봉축식을 거행하기로 되었는데 오전 8시 정각을 국민 봉축시간으로 정하야 각 가정과 직장에서는 울리는 싸이렌을 신호로 각기 궁성에 요배를 하기로 되었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4월29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일왕의 출생 기념일 ‘천장절’ 관련 기사의 한 대목이다.
요배(遙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왕을 향해 절을 한다는 뜻이다. 고려, 조선에서도 새해나 기념일에 망궐례(望闕禮)라고 임금이나 중국 황제가 있는 방향으로 절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일제시대 각종 행사에선 일왕이 있는 도쿄 방향으로 허리를 90도 숙여 절하는 궁성요배, 황거(皇居)요배가 행해졌다. 일본 본토 내외의 일본인은 물론 조선과 같은 강점지 주민에게도 강요됐다. ‘황국신민’으로서 충성을 강제하는 대표적 의례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신문에 게재된 라디오 편성표를 보면 방송도 궁성요배로 시작됐다. 악명 높던 신사참배의 구성 요소 중 하나도 궁성요배다. 수많은 개신교 신자가 참배를 거부하다 탄압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