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등 여러 자연재해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날이 늘고 있다.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잇따라 닥치는 ‘다중재해’가 현실화하면서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2025년 폭염과 풍수해 중대본이 동시에 가동된 날은 모두 13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2022년에는 두 중대본이 동시에 가동된 날이 없었다. 그러나 2023년엔 2일, 2024년엔 3일, 2025년엔 8일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23년에는 폭염 중대본이 가동 중이던 8월7일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풍수해 중대본 2단계가 추가로 가동됐다. 2024년과 2025년에도 폭염 대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중호우와 태풍이 닥치면서 폭염 및 풍수해 중대본 가동 기간이 겹쳤다.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여러 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서울대·연세대·한양대·이화여대·전북대 공동 연구진이 1979∼2023년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폭염·가뭄 복합재해(CDHEs)’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해의 강도는 단일 재해보다 강했다. 폭염만 발생했을 때 최대 일평균 기온 평균은 23.7도였지만, 복합재해 시기에는 25.4도까지 상승했다. 복합재해로 인한 피해 위험이 큰 지역은 분야별로 달랐다. 한국환경연구원은 복합재해에 따른 건강 피해 위험은 경기와 경남에서, 농업 피해 위험은 전남과 경북, 강원에서 상대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날씨가 급변하는 현상도 새로운 재난 위험으로 꼽힌다. 최근 경남지역에서 나타나듯이 극심한 가뭄으로 메말랐던 지역에 갑자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건조한 상태와 습윤한 상태가 짧은 기간에 급격히 전환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수문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오르면 계절 내 수문기후 채찍질이 113%, 연중 수문기후 채찍질이 52% 증가한다.
행안부는 실제로 기후변화가 자연재해 발생 양상과 빈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