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도소서 공부할 행운… 자포자기 인생에 ‘꿈’ 생겼죠”

만델라학교 소년수의 ‘인생2막’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
운동 30분이 하루 전부였던 소년
학교 입소하면서 삶 완전 달라져
재소 중 치른 수능으로 대학 입학
“나은 삶·변화 꿈꾸는 친구들 많아”
“공부가 지식을 얻는 것만이 아니었다. 인생을 살기 싫었던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졌다.”

20대 A씨는 미성년자일 때 저지른 강력범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부터 방황을 이어가던 그에게 교도소 생활은 일탈을 잠시 멈췄을 뿐 과오를 돌아보고 변화할 기회가 되지 못했다.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텔레비전을 보고, 운동 시간이 되면 30분 동안 하는 운동이 하루의 전부였다.

 

그의 삶은 2024년 3월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소년학교에 입소하면서 달라졌다.

 

공부할 기회가 생겼고, 성실히 생활해 봤다. 선생님의 작은 칭찬부터 모의고사 성적표까지 성취를 느껴보니 삶의 목표가 생겼다. 지난해 출소한 A씨는 다시 범죄에 손대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만델라소년학교 경험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기회 덕분에 꿈도 못 꿨던 대학교에 들어갔다. 출소 후에도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소년수형자의 재범방지를 위해 교과교육 등을 실시하는 만델라소년학교는 2023년 개교해 지금까지 3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했다. 그동안 출소자의 감사 인사 등으로 알려진 대학 진학자는 6명 이상이라고 한다.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수능을 응시해 출소 후 지방의 한 대학에 진학한 A씨와 최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출소자 신원보호를 위해 교도관을 통해 간접 인터뷰를 했다.

 

A씨는 만델라소년학교에 입소하기 전 자신을 ‘포기가 정말 빨랐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지도 덕분에 출소 후에는 일탈에 빠지지 않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열심히 하면 언젠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만델라소년학교 선생님 말씀을 지금도 항상 떠올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소년수형자들이 공부한 교재 모습. 서울남부교도소 제공

출소 후 ‘범죄자들한테 돈 써서 뭐하는 것이냐’, ‘쟤들이 바뀌겠느냐’며 만델라소년학교를 비판하는 글도 찾아봤다고 한다. 그는 “실제 공부를 안 하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A씨는 “사람을 바꾸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마음가짐도 맞지만 ‘환경’이라는 내용을 책에서 읽었다”며 “‘나도 공부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다. 변화하고 싶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에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델라소년학교는 선생님들이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지도해주는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만델라소년학교는 교과수업과 함께 학교와 유사한 생활을 통해 소년수형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돕는다. 개교부터 3년7개월 동안 국어를 가르친 최준 교도관은 “소년수형자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소년수들이 교도소에 오면 ‘기싸움’부터 시작한다”며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생활하고 나면 새로운 수형자를 대할 때 학교에서 전학생을 보듯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려는 모습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책상에 앉아 인내하는 법부터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법까지, 출소 이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다.

 

학업 기회가 제공되니 소년수형자들은 자신의 처신에도 신중해졌다. 만델라소년학교는 검정고시반의 결과와 생활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대입 준비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교육생 33명 중 11명이 대입준비반에 있다. 최 교도관은 “대학에 가겠다는 꿈이 생긴 친구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공부할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범적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최 교도관은 소년범의 범죄를 엄중하게 봐야 한다면서도 이들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출소 후 어울렸던 친구들에게 돌아가면 또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니, 주변친구와 관계를 끊기 위해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바꾼 출소자도 있다”며 “만델라소년학교를 거쳐 간 이들은 자동차정비소나 택배회사 등에서 성실히 일하며 주변에 미안한 짓 하지 않고 스스로 밥벌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만델라소년학교 관계자는 “촉법소년과 보호소년만큼 소년수형자들도 개선 가능성이 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결국 사회로 나가야 할 이들이니 교정시설 내 소년학교에서 책임감과 도덕성을 잘 배워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