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는 집권 2년 차인 이재명정부를 뒷받침하자는 ‘국정 안정론’을 앞세운 김민석 신임 대표의 전략에 당심이 힘을 실어준 결과로 평가된다.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권리당원과 대의원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를 앞섰다. 정 후보는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호남과 당내 조직표의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송영길 후보는 정 후보 연임 저지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김·정 양강 구도를 깨는 데 실패했다.
17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선호투표까지 거친 끝에 54.08%로 정 후보(45.92%)를 제쳤다. 김 대표는 권리당원에서 55.94%, 전국대의원에서 66.69%를 얻었다. 정 후보는 각각 44.06%, 33.31%에 그쳤다. 반면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0.70%로 김 대표(49.30%)를 앞섰다.
승부의 분수령은 전체 권리당원의 약 3분의 1이 몰린 호남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57.54%를 얻어 정 후보(32.65%)를 24.89%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총리 시절 이 대통령과 함께 구상했다고 강조해온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 후보에게 쌓인 호남 당심의 불만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경선 내내 정 후보 체제에서 불거진 ‘명청 갈등’을 파고들며 “명청 대전 연장전은 민주당의 지옥이고 그 지옥문을 닫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과 수석최고위원을 지내고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던 경력을 앞세워 이재명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소속 의원 상당수의 지지를 확보한 조직력은 대의원 투표에서 두 배가 넘는 격차로 나타났다. 정 후보가 당대표 시절 주도한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김 대표가 앞섰다.
정 후보는 검찰개혁 등 ‘중단 없는 개혁’을 내세웠지만 당대표 재임 중 불거진 ‘명청 갈등’이 다시 부각된 데다 호남에서 큰 격차로 밀린 것이 뼈아팠다. 집권 2년 차에는 개혁 속도전보다 민생·경제와 당청 안정이 중요하다는 당심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 후보는 패배 뒤 “우리는 숫자로 졌지만 우리의 열정과 가치가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직이 너무 셌나 보다”라고 말했다. 권리당원에서 44.06%, 국민여론조사에서 50.70%를 얻은 만큼 일정한 지지 기반은 확인했다.
송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붕어 IQ”, “이 대통령 스토커” 등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사실상 ‘정청래 연임 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끝내 양강 구도를 흔들지는 못했지만 정 후보 공격에 집중하면서 김 대표가 후반부 안정·통합 메시지에 무게를 둘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뒤 실시된 선호투표에서는 송 후보 지지층의 2순위 표가 재배분되면서 김 대표가 54.08%로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