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관통 안 돼” 전국 곳곳 송전탑 건설 반대 [심층기획-‘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
기사입력 2026-08-18 06:00:00 기사수정 2026-08-18 00:19:11
영암군대책위 250여일째 시위 지원금 지급에 주민 간 갈등도
“공사 시작하면 산에 올라가는 수밖에 없어요.”
권혁주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전남광주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 근처에서 기자를 만나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혁주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전남광주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신해남∼신장성 345㎸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영암군대책위원회 제공
권 위원장 등 영암군대책위는 한전 본사 앞에서 전남광주 영암군을 관통하는 신해남∼신장성 345㎸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최근까지 250여일째 이어오고 있다. 영암군대책위에는 송전선로가 관통하는 4개 읍·면 주민 약 400명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신해남∼신장성 345㎸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전남광주 서남해안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계통에 연계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까지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이처럼 전력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신해남∼신장성 345㎸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2023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이후 2024년 12월∼2025년 12월 입지선정위원회(입선위) 절차를 거쳐 이달 초 실시계획·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 열람·설명회까지 진행됐다. 영암군대책위가 이 과정에서 입선위 운영 연장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절차는 예정대로 강행됐다. 이 입선위 위원은 해남·강진·영암·나주·함평 등 주민 총 70여명 규모로, 이 중 영암 주민 위원은 5명 정도에 불과했다.
권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영암 주민 100여명이 쫓아가서 입선위 절차 종료에 반대했는데도 한전과 다른 입선위 관계자들이 ‘지원금 못 받게 되면 책임질 거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는 철탑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자체에 선로 1㎞당 20억원 상당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입선위 절차가 지연되면 지원금이 감액된다.
권 위원장은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전력망 건설 반대 주민단체 대표들 간 면담에도 참석했다. 그는 “기후부는 보상만 얘기했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미 입선위 절차가 종료된 구간을 원복하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권 위원장 등 영암군대책위는 법적 대응도 검토했지만 재판 중 공사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포기했다. 결국 ‘몸’으로 공사를 막아서는 방법만 남았다는 게 권 위원장 설명이었다. 그는 “정치권과 대통령이 나서줬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