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치다가 계좌 녹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에도 큰 폭으로 출렁이던 지난 두 달. 수익률을 두 배로 키우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렸다. 지난 7월 15일 관련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13조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쉴 새 없이 사고파는 동안 증권사와 한국거래소에 쌓인 수수료는 두 달여 만에 1172억6000만원에 달했다.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데다 매매 수수료가 반복해서 빠져나가고,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변동성 손실까지 겹쳤다. “단타 치는 사이 계좌만 녹았다”는 투자자들의 푸념이 나온 배경이다.
◆두 달여 만에 수수료 1173억…증권사 몫만 893억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에서 발생한 증권사와 거래소의 관련 수수료 수익은 총 1172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몫은 증권사에 돌아갔다. 증권사 36곳이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46거래일 동안 해당 상품의 위탁매매로 거둔 수수료는 893억5000만원이다. 하루 평균 약 19억4000만원이다.
한국거래소는 5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 45거래일 동안 거래수수료 241억3900만원과 청산결제수수료 37억7100만원 등 모두 279억1100만원을 거뒀다. 하루 평균 약 6억2000만원이다. 6월 24일에는 하루 수수료가 10억5100만원, 7월 14일에도 10억1100만원에 달했다.
두 통계의 집계 종료일이 하루 달라 ‘46거래일간 1173억원’으로 단순 합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출시 이후 약 두 달 동안 16개 상품에서 증권사와 거래소에 1173억원 가까운 수수료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불어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관련 상품 16종의 시가총액은 출시일인 5월 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2.7배 커졌다. 하루 거래대금도 같은 날짜 기준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주가 돌아와도 원금은 안 돌아온다…레버리지의 함정
수수료만의 문제는 아니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주식의 장기간 누적 수익률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상품이 아니다. 매일의 수익률을 두 배 수준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하루가 지나면 기준이 다시 설정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장에서는 기초자산이 출발점 부근으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ETF 가격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흔히 '음의 복리' 또는 '변동성 손실'로 불리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100이던 주가가 하루 20% 떨어지면 80이 되고, 다음 날 20% 오르면 96이다. 이틀간 손실은 4%다. 같은 움직임을 하루 수익률의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첫날 40% 하락해 60이 되고, 다음 날 40% 상승해도 84에 그친다. 손실률은 16%다.
단타를 많이 해서 ‘음의 복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 자체가 원인이다. 여기에 투자자가 매매를 반복할수록 위탁매매 수수료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실제 반도체주 변동성도 극심했다. 금융위가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간 수익률 변동성을 연율화한 결과 SK하이닉스는 113%, 삼성전자는 96%에 달했다. 미국 샌디스크는 131%, 마이크론은 123%였다.
◆씨티가 추정한 손실 56조원…1173억과 직접 비교는 금물
시장 충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숫자는 387억달러, 약 56조3000억원이다. 모하메드 아파바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지난달 29일 기관투자자에게 배포한 시장 코멘터리에서 한국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누적 손실을 이 규모로 추정했다.
산출 방식도 공개됐다. 씨티가 집계한 한국 자산 기반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6월 22일 525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달 사이 190억달러로 줄었다. 335억달러가 감소한 사이 투자자 자금은 오히려 62억달러 추가로 유입됐다. 씨티는 이를 반영해 누적 손실 규모를 387억달러로 계산했다.
이 숫자를 투자자가 실제 매도해 확정한 손실액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시가총액 변화와 자금 유입을 토대로 계산한 추정치이고, 씨티 리서치팀의 공식 리서치 보고서가 아니라 트레이딩 전략가가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한 시장 코멘터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387억달러 추정치와 수수료 1173억원은 집계 대상부터 다르다. 씨티 추정치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스피200 등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포함됐다.
반면 1173억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에서 발생한 증권사와 거래소 수수료다. 두 숫자를 일대일로 비교하면 통계 범위를 왜곡할 수 있다.
◆현금 3000만원 있어야 매수…19일부터 모의거래까지
과열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진입 문턱을 높였다. 지난달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계좌에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보유해야 한다.
기존에는 1000만원이 기준이었다.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일부 인정됐지만 지금은 현금만 인정된다. 사전교육 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7월 16일 발표된 보완대책에 포함됐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관련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규제 시행 전날인 7월 30일 12조4485억원에서 8월 7일 8452억원으로 93.2% 급감했다. 8월 10일에도 87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중을 보여주는 회전율도 7월 30일 219.1%에서 급격히 낮아졌다.
오는 19일부터는 문턱이 한 번 더 높아진다.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ETN을 처음 거래하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한국거래소 시스템에서 5거래일 이상, 하루 최소 1시간씩 총 5시간 이상의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이수 정보를 거래 증권사에 등록하고 승인받아야 실제 매매가 가능하다. 시행일 이전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면제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플레이어는 실익이 없고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심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의원도 “거래 발생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개인들이 고위험에 노출되는 동안 거래소가 시장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대금은 규제가 시작되자 90% 넘게 줄었다. 시장 과열을 제도로 억누르는 효과는 뚜렷했다.
남는 문제는 시점이다. 상품 출시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시가총액이 세 배 가까이 불어나고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현금 예탁금 상향과 모의거래 같은 강한 장치는 시장이 크게 흔들린 뒤에야 나왔다. 투자자의 과도한 ‘단타’ 탓으로만 돌리기엔, 고위험 상품을 먼저 열어준 뒤 뒤늦게 문턱을 높인 규제의 시차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