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수수료 5년간 최대 301억 아낄 기회 날렸다

채권발행 규모 국내 1위 최고신용 불구
투자은행 상대 수수료 절감 노력 안 해
비이자수익 교육세는 차주에 부당 전가

채권 발행 규모 국내 1위, 아시아 2위로 최상위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강한 협상력을 갖고도 주간사인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수수료를 깎으려고 노력하지 않아 최근 5년간 최대 30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아낄 기회를 날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8일 나왔다. 자체 부담해야 할 비이자수익에 대한 교육세를 차주에게 부당하게 떠넘기고, 객관적 검토 끝에 하향 조정한 차주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다시 높이는 등 부실한 제도 운용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에 따르면 수은은 대규모 초우량채권을 안정적으로 발행해 최상위 채권발행자 등급인 SSA급에 해당한다. SSA급은 정부, 국제기구, 공공기관·정부보증기관에 부여되는 등급으로,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IB를 상대로 협상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수은은 이러한 이점을 살리기는커녕 2010년 이후부터는 수수료율을 채권발행액의 30bp로 고정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따른 수수료 절감 기회를 사실상 스스로 포기했다. 1bp는 0.01%에 해당한다.

 

나아가 수은은 2023년부터는 ‘실효성이 없다’며 주간사 선정 시 수수료율을 평가하는 항목 자체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덕에 수은의 일감을 따내야 하는 입장인 IB들이 수수료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은이 2021∼2025년 28차례에 걸쳐 47조7000억원 규모 외화채권을 발행하면서 주간사로 선정된 IB에 지급한 수수료는 1424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이 미국 채권시장에서 수은과 같은 SSA급 기관 6곳과 한 단계 낮은 AA급 발행자 30곳이 글로벌 IB 주간사 7곳에 지급한 수수료율을 분석해 보니 만기가 짧고,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수수료율이 낮아 수은과 대비됐다. 감사원은 “수은의 채권 발행금액 중 81%가 만기 5년 이하인 점을 고려할 때, 시장 가격을 반영해 만기별 수수료를 차등적용했다면 5년간 약 85억∼301억원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비이자수익에 대한 교육세는 차주(돈 빌린 사람)에게 부당 전가했다. 교육세법상 비이자수익에 대한 교육세는 수은이, 이자수익에 대한 교육세는 실제 대출금리의 10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을 차주로부터 징수해야 한다. 그런데 수은은 2015년 이후 비이자수익 관련 교육세를 차주에게 부과하는 대출금리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교육세 부담을 차주가 지게 했다. 이런 식으로 수은이 최근 5년간 차주에게 떠넘긴 교육세가 80억원에 육박했다.

 

차주 신용등급 관리와 부실여신 책임소재 규명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낮춘 차주의 신용등급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높이는가 하면, 부실여신이 발생해도 절차 지연으로 인해 책임소재를 규명하기도 전에 관련자들이 퇴직하는 일이 반복됐다. 수은에서 2015∼2025년 6월 발생한 부실여신은 334건(11조5000억원)인데, 책임자의 과실 여부를 가리는 부책심의가 마무리된 132건의 소요기간은 평균 1333일에 달했다. 기업은행(192일)보다 6배, 산업은행(98일)보다 14배 오래 걸렸다.

 

감사원은 관련 제도를 정비해 수수료 절감 및 과다 수취 교육세 환급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조치하라고 수은에 통보 및 주의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