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 국민에 ‘AI 배당금’ 44만원 지급 추진 [차이나우]

대만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 일부를 이른바 ‘AI 배당금’으로 전 국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AI 시대의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이 제기된 가운데 대만이 실제 현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가 주목된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18일 대만 자유시보와 대만 총통부 등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은 전날 총통부에서 행정원의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보고를 받은 뒤 내년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대만달러(약 44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AI 배당을 전 국민이 함께 누리도록 하겠다”며 입법원이 내년도 총예산안을 예정대로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만 주계총처(통계 당국)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4.15%로 최근 50년간 같은 기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9.64%에서 11.05%로 상향 조정됐다. 전망대로라면 39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대만 정부는 세계적인 AI와 고성능컴퓨팅, 클라우드서비스 수요 증가 속에 반도체와 정보통신, 제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주문과 수출, 투자가 늘어난 것을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라이 총통은 경제성장이 모든 국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면서도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대만 정부가 예상한 내년도 세입도 3조9266억대만달러(약 174조원)로 늘었다. 대만 정부는 세입·세출 균형을 유지하고 사실상 신규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범위에서 2357억대만달러(약 10조4000억원)를 현금 지급 예산으로 편성했다. 현금을 지급한 뒤에도 재정수지는 균형을 유지하고 순부채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만은 경제성장률이 8.8%를 기록한 2025년에도 주민들에게 1인당 1만대만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국민당은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 현금 지급을 요구해왔다.

 

내년도 총예산안이 올해 말까지 입법원에서 통과되면 대만 국민은 내년 설 전에 현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정부가 야권의 현금 지급 주장을 뒤늦게 따라 하면서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권은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로 재정 여력을 확보한 뒤 지급하는 것으로, 과거 국민당이 국채 발행을 통해 추진했던 방안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뉴스1

비슷한 구상은 한국에서도 제기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페이스북을 통해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한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인 호황과 상당한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이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가칭 ‘국민배당금’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당시 정부 내부의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김 실장의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산업 기반에서 나온 만큼 일부를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때의 초과 세수가 사전에 마련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소진됐다며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만이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직접 지급하는 것과 달리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의 형태와 사용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 실장은 청년 창업과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교육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사례처럼 AI 호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초과 세수의 활용 원칙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