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할퀸 극한호우… 원인은 ‘거북이 저기압’ [날씨]

기상청, 남해안 호우 원인 분석
남서·남풍 고온다습 공기 ‘이중 유입’
상하층 결합 저기압에 강한 수렴까지
동쪽 고기압 강화로 저기압 ‘느릿느릿’
거제 지형이 만든 저기압 소용돌이

사흘도 채 되지 않아 경남 거제에 900㎜ 넘게 비가 쏟아지는 등 남해안에 비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느린 저기압 이동과 거제 주변 지형 특성 등이 극한호우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기상청이 배포한 ‘경남 남해안 중심 재난성호우 상세 원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동안 경남 남해안으로 가강수량(잠재 수증기 총량) 70㎜ 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하층제트(지상 약 1∼3㎞ 높이에서 부는 매우 강한 바람 띠)를 따라 유입됐다.

기상청이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에 사흘 만에 900㎜ 이상 폭우를 내린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저기압 이동 지연과 거제 지형 특성, 하층제트 수증기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목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이는 서쪽 저기압 전면에서 유입되는 남서풍 계열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동쪽 고기압 가장자리 하층제트를 따라 불어드는 남풍 계열 저위도 해양성 공기가 더해진 것이었다.

 

여기에 남해안에 상하층이 결합한 저기압까지 발달했다. 상층에서는 북서쪽 기압골이 느리게 접근하면서 깊고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하층에서는 강한 남풍이 해안으로 유입돼 강한 수렴이 발생했다. 

 

동쪽 고기압 강화로 인한 서쪽 저기압 이동 지연도 많은 비를 뿌리는 데 한몫했다. 북동쪽 고압부가 강하게 자리 잡아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사이 큰 기압경도력이 유발돼 강한 하층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기압경도력은 기압 차로 인해 생기는 힘으로 공기가 많은 고기압에서 공기가 적은 저기압 쪽으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해 바람을 불게 만든다. 

18일 오전 극한호우에 산사태 피해를 본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 쌓인 산사태 잔해를 한 경찰관이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일대에 비가 내리면서 복구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합

거제 지형 특성으로 인해 바람이 남서→남동으로 방향을 바꾸며 내륙에서 마찰력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돼  저기압 소용돌이가 생긴 것도 이번 극한호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저기압 중심으로 공기가 모여들어 위로 솟구치는 상승 기류가 형성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바람 방향에 직각인 높이 500m 정도의 산맥으로 인해 풍속이 줄어든 것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이들 중 저기압 이동 지연이 이번 극한호우에 가장 큰 원인이 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규모 저기압 발달 형성에 유리한 거제 주변 지형 특성, 저기압의 강한 발달, 다량의 수증기 유입, 높은 지상 이슬점 온도 등 순으로 영향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