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토끼야, 미안! 나는 여태껏 너희들이 집토끼(굴토끼)와 같은 토끼과에 속하지만 완전히 다른 종이란 걸 미처 몰랐어. 바보같이! 염색체 수도 다르고 서로 교배할 수 없다는 것도. 그냥 쉽게 산과 들에 사는 것은 산토끼, 집에서 키우는 건 집토끼라 생각했어. 그러다 집토끼는 유럽의 ‘굴토끼’를 가축화한 종이고, 너희들은 우리나라 한반도에 서식하는 고유종(멧토끼라고도 함)이란 걸 알았어. 집에선 키우기 힘든, 아주 독립적인 토종 야생 동물이며, 너희들은 절대 굴을 파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걸 알고 나니 새삼 너희들이 훨씬 용감해 보이고, 자유롭고, 멋져 보여.
하여 너희들 사진을 찾아 자세히 보았어. 집토끼보다 조금 큰 덩치에 긴 귀와 빨간 눈. 넓은 콧등과 긴 뒷다리와 보이시한 담갈색 털, 그리고 이마에 난 하얀 작은 반점. 확실히 어릴 때 잠깐 키운 하얀 집토끼와는 다른 느낌이야. 뭔가 좀 더 영리하고 단단한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토끼는 토끼이니까 전체적으로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네.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건 너희들과 집토끼가 낳은 새끼들의 확연한 다른 점! 집토끼 새끼는 털도 없고 눈도 감은 상태로 태어나 굴 안에서 약 8주간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너희들의 새끼는 온전한 털북숭이로 눈까지 뜬 채로 태어나 몇 분 안에 곧바로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