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연장을 거부했다. 종전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핵심 중동 파트너인 오만을 향해서도 폭격을 거론하며 거친 위협을 쏟아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해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MOU를 연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란은 항복의 백기를 들어야 한다”며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과의 충돌을 조기에 끝내기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18일 종전 MOU에 따라 60일간의 협상 기간에 돌입했으나 양측이 무력 공방을 이어가며 MOU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양측이 정한 시한은 16일(미 동부시간 기준)로 공식 종료됐다.
이란도 MOU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대미 군사 태세를 “전면 공세”로 전환하겠다면서 외교적 해법이 실패할 경우 미국의 해상 봉쇄를 깨기 위해 “시의적절하고 정밀한” 군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해협 신경전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봉쇄를 통해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며 “나는 이를 미국 영토로 선언하는 방안이 마음에 든다.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국영TV 연설에서 “미국이 해상 봉쇄와 제재 해제 등 MOU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해협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대치 속에 호르무즈해협에서는 18일 선박 1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돼 선원 1명이 다쳤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해당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던 중 공격받아 엔진실이 파손됐으며, 나머지 선원들은 오만해양경비대에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만에 노골적인 경고를 보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만이 방해하면 그들을 가차 없이 폭격할 것”이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한 오만은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이란과도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중재자 역할을 해온 국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시작했지만 끝내기 어려워진 전쟁을 둘러싼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MOU 종료 후에도 미국과 이란, 주변국의 외교적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밝힐 수는 없지만 미국 정부와 이란 정부의 여러 부문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아마 어느 때보다 활발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며 미·이란 간 대화를 촉구했다.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9일 이라크를 방문해 지역 정세와 양국 협력 등을 논의한다.
한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 전쟁 부진 등으로 경질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지속적인 교착 상태와 부정적인 언론 보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 승조원 복지 우려 확산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의 요인으로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