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16∼17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북한 관련 유화 메시지를 내보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당장 미국의 대화 제안에 호응했다기보다 러시아, 중국과의 전략적 밀착으로 몸값을 높인 후 대미 접촉 시점과 조건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트럼프 대통령 대화 제안이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한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6·25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다자 논의를 제안한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묵묵부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에게 “지난해에는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닷새 뒤인 20일 김여정 당시 부부장이 외무성 협의 진행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응한 사례가 있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처럼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대화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필수다. 중국과 러시아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제 현대화와 산업 다변화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은 북·미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에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외교적 치적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이용하려 한다는 걸 김 위원장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 결렬을 맞은 ‘하노이 노딜’ 충격도 북한이 미국과 본격적인 대화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