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피고인 김훈(44)이 범행 전부터 정신과 진료 기록을 형사재판에 이용하려 했다는 취지의 지인 증언이 법정에서 처음 나왔다. 약물 복용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김훈 측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로 향후 재판에서 범행의 계획성 등을 판단할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국식)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훈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김훈과 피해 여성 A씨의 지인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B씨는 “김훈이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부터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당시 김훈이 ‘살인사건으로 재판받을 때 정신과 질환이 있다고 말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훈이 범행 전에 연탄과 번개탄을 준비했다는 주장도 내놓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계획적으로 살인을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술은 김훈 측이 지난달 첫 공판에서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김훈 측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고소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찾아갔다가 약물 복용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다.
또 김훈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B씨는 “피해자가 김훈을 상해와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자 김훈이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차량 조수석에 앉혀 놓고 대본을 만들어 준 뒤 증언을 연습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훈의 부탁을 받고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고도 증언했다. B씨는 “A씨를 만나러 간다고 하자 김훈이 음성녹음기를 넣은 인형을 건네며 대화를 녹음하도록 했다”며 “A씨 차량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자신의 주소와 이름, 학교 등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김훈의 요구를 거부하면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시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김훈은 지난 3월14일 오전 8시57분쯤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과거 교제했던 A씨를 흉기로 14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훈이 자신을 상해와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보복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