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재료 뺀 김밥이 통영 명물로…‘어부의 한 끼’ 충무김밥 [FOOD+]

뱃사람 한 끼에서 전국구 별미로…통영 ‘충무김밥’
1981년 ‘국풍81’ 계기로 이름 알려져

김에 밥만 넣어 돌돌 만다. 속재료는 없다. 대신 큼직하게 썬 무김치와 매콤하게 무친 오징어가 곁들여진다. 일반적인 김밥과 비교하면 단순하다 못해 허전해 보이지만, 이 독특한 조합은 경상남도 통영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됐다.

 

통영 충무김밥.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9일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충무김밥은 광복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통영의 어업과 뱃길 문화 속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어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기 어려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바다로 나갔는데, 당시 김밥도 주요한 끼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김밥이 쉽게 상하는 문제가 있었다. 빠른 변질을 막기 위해 김에는 밥만 싸고 무김치 등 반찬을 따로 준비한 것이 오늘날 충무김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로는 인근 섬을 오가는 배의 승객들에게 주전부리나 끼니로 판매하면서 충무김밥이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 할머니들이 뱃머리에서 팔던 김밥

 

통영 지역에서는 1930년대 무렵부터 충무김밥이 있었다는 구전도 전해진다. 통영 강구안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들이 뱃사람들을 상대로 밥과 반찬을 따로 내놓으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통영의 옛 지명이 ‘충무’였던 만큼 ‘충무김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뱃머리에서 팔았다는 이유로 ‘뱃머리김밥’, 김밥 장사를 하던 할머니들이 만들었다는 데서 ‘할매김밥’, 꼬치처럼 끼워 먹었다는 데서 ‘꼬치김밥’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지역 별미였던 충무김밥이 알려진 건 1981년부터다. 당시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문화행사 ‘국풍81’에 통영의 충무김밥이 소개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통영 강구안에서 충무김밥을 팔던 할머니가 행사에 출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백한 밥김밥과 매콤새콤한 무김치, 오징어무침의 조합이 관심을 끌면서 충무김밥은 통영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을 넘어 전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현무계획2’(MBN·채널S 공동 제작) 방송화면 갈무리.

충무김밥은 유명인들의 여행·먹방 프로그램에서도 꾸준히 소개됐다. 2025년 ‘전현무계획2’ 통영 편에서는 전현무와 곽튜브가 현지인 추천을 받아 충무김밥집을 찾았다. 2016년 SBS ‘꽃놀이패’에서는 아이유·조세호·이대호가 통영 여행 중 충무김밥을 맛보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같은 해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도 백종원이 통영의 충무김밥 맛집을 찾아 직접 맛보며 음식의 특징과 유래를 소개했다. 가수 성시경은 과거 통영의 한 충무김밥집을 찾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당시 자신을 알아본 식당 주인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 처음부터 오징어였던 것도 아니다

 

지금 충무김밥을 떠올리면 김밥과 함께 오징어무침과 무김치가 나오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과거에는 반찬의 재료가 지금과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에는 꼴뚜기, 주꾸미, 홍합 등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시기와 재료 수급에 따라 오징어와 어묵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역과 업소에 따라 반찬의 종류와 양념도 달랐다.

 

이 때문에 충무김밥은 단순히 ‘속 없는 김밥’이라기보다 담백한 밥과 짭짤하고 매콤한 해산물 반찬, 아삭한 무김치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과거 어로 작업은 체력 소모가 큰 일이었던 만큼 음식의 양도 중요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과거 충무김밥이 지금보다 반찬의 양이 많았고, ‘많고 싸고 투박한’ 음식의 성격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 통영의 소박한 한 끼, 전국구 별미로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충무김밥 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 김밥 속을 채우는 대신 반찬을 따로 내는 독특한 구성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는 어부들이 힘든 어로 작업을 견디기 위해 많은 양의 반찬을 곁들여 먹던 투박하고 푸짐한 음식이었다면, 상품화 과정에서 판매 방식과 구성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김에 밥만 말고 무김치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기본적인 형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충무김밥의 역사는 화려한 재료나 조리법의 역사가 아니다. 더운 바다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해야 했던 어부들의 필요, 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의 간편한 한 끼, 그리고 항구에서 음식을 팔던 사람들의 생활이 만나 만들어진 음식이다. 소박한 김밥 한 줄에 통영의 바다와 항구,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