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 4명 중 1명은 결혼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에 대해서도 5명 중 1명꼴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부모와의 동거 여부보다 취업 안정성이 결혼·출산 의향과 미래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미혼 청년의 자립유형별 가족형성 의향과 미래 전망: 캥거루족 현상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5~39세 미혼 남녀 2152명을 분석한 결과, 취업 상태가 불안정한 청년일수록 결혼과 출산 등 가족 형성에 소극적인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11~12월 실시한 ‘2025년 청년종합조사’를 바탕으로 청년층을 부모와의 동거 여부와 취업 안정성에 따라 △동거·취업 불안정형 △동거·취업 안정형 △분거·취업 불안정형 △분거·취업 안정형 등 네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도 불안정한 ‘동거·취업 불안정형’은 결혼에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의 25.4%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출산에 대해서도 21.3%가 ‘낳을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부모와 떨어져 살지만 취업이 불안정한 ‘분거·취업 불안정형’은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9.7%로 네 유형 중 가장 높았고,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4.4%로 가장 낮았다.
출산 의향 역시 낮았다. 이 유형에서 ‘낳을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20.5%,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은 25.0%로, 두 응답을 합치면 45.5%에 달했다. 연구진은 결혼이나 출산을 명확하게 거부하기보다 취업과 소득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을 유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반면 취업이 안정적인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결혼·출산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다.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동거·취업 안정형이 22.9%, 분거·취업 안정형이 19.9%로 나타났다. 취업 불안정형인 동거·취업 불안정형(8.2%)과 분거·취업 불안정형(4.4%)보다 크게 높았다.
출산 의향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낳을 생각이 확실히 있다’는 응답은 동거·취업 안정형 14.4%, 분거·취업 안정형 14.6%로, 동거·취업 불안정형 6.8%, 분거·취업 불안정형 5.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네 유형 모두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이 유형별로 51.3~60.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장의 결혼 계획보다는 경제적 기반과 고용 안정성 등이 갖춰진 이후 결혼을 고려하는 청년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도 부모와의 동거 여부보다는 취업 안정성의 영향이 컸다. ‘분거·취업 불안정형’의 미래 전망 점수는 5.77점으로 가장 낮았고, ‘동거·취업 불안정형’도 5.85점에 그쳤다. 반면 ‘동거·취업 안정형’은 6.16점, ‘분거·취업 안정형’은 6.22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역별로도 자립 유형에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취업이 안정적이더라도 높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사는 ‘동거·취업 안정형’의 비중이 29.2%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비수도권 도시 지역에서는 인프라와 일자리 부족 등의 영향으로 ‘동거·취업 불안정형’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안정적인 취업 상태가 결혼과 출산을 현실적인 생애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자립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