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는 덥고·비싸고·혼잡…‘늦캉스’ 또는 폭염 피해 ‘겨울’인 나라로 [여행+]

역대급 폭염에 8월 말로 밀린 휴가 ‘쿨케이션’ 트렌드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겪은 일부 여행객들이 휴가 시기를 8월 말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계절이 반대인 ‘겨울’ 국가로 목적지를 바꾸고 있다. 사진은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가상 이미지.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겪은 일부 여행객들이 휴가 시기를 8월 말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계절이 반대인 ‘겨울’ 국가로 목적지를 바꾸고 있다. 19일 호텔 검색 플랫폼 호텔스컴바인과 여행 검색 엔진 카약이 8월 18일부터 9월 13일까지 한국인 여행객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호텔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가량 늘었다.

 

◆ 42.5도 폭염 겪고 8월 말로 밀린 휴가

 

7월 말부터 8월 초 이른바 ‘7말8초’는 여름휴가 성수기였지만 올해는 그 구간의 더위를 피해 8월 말부터 9월 초중순으로 일정을 옮기는 이른바 ‘롱썸머족’이 늘었다. 두 회사는 이 흐름을 늦여름 여행을 뜻하는 ‘늦캉스’라고 짚었다.

 

올여름 폭염은 기상 관측 기록을 다시 썼다. 경남 양산은 지난 2일 오후 1시 42.5도를 기록해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뒤 122년 만에 전국 일최고기온 최고값을 갈아치웠다.

 

폭염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40도 폭염에 태풍이 겹쳤고 동남아는 ‘여름엔 가지 않는 게 상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덥다.

 

폭염이 여행 계획부터 방문하는 나라 등 전체적인 스케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일본 독주 속 중국 상승하고 동남아 하락

 

무더위 속에서도 ‘늦캉스’ 여행지로 일본 선호는 두드러졌다. 전체 검색량에서 일본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약 16%포인트 상승했고 호텔 비중은 약 5%포인트 올라 1위를 기록했다.

 

도시별로는 도쿄와 후쿠오카 그리고 오사카가 항공권과 호텔 모두 상위 3위권에 들었다. 두 회사는 “엔화 약세와 지리적 접근성이 수요를 밀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표적 여름 휴양지인 동남아 주요 국가의 비중은 줄었다. 베트남은 항공권과 호텔 검색량 모두 일본에 이어 2위를 유지했지만 항공권 비중은 약 4%포인트 감소했고 호텔 비중은 약 5%포인트 하락했다.

 

태국과 필리핀의 항공권 비중도 각각 약 2%포인트와 3%포인트 낮아졌다. 두 회사는 “현지의 무더운 여름 날씨와 물가 상승이 선호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반면 중국은 항공권과 호텔 검색량이 모두 3위였지만 호텔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57%나 늘었다.

 

중국은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방문객이 늘어난 배경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 조치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 시원한 곳 찾는 쿨케이션 트렌드와 뉴질랜드 검색 6배 증가

 

9월도 예전의 9월이 아니다. 과거 절기 처서를 지나면 선선함이 느껴졌지만 폭염이 장기화하고 있다.

 

휴가를 뒤로 미루는 것만으로 더위를 벗어나기 어려워지자 시기 대신 목적지를 서늘한 곳으로 바꾸는 선택도 늘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호텔 검색량 증가율 1위는 약 6배 늘어난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있어 8월에도 서늘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관광 도시이자 겨울 액티비티와 설경으로 알려진 퀸스타운의 호텔 검색량은 7배 이상 올랐다.

 

이어 2위는 헝가리, 3위는 캐나다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여름이 선선한 동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상위권에 오르며 더위를 피해 시원한 지역으로 떠나는 ‘쿨케이션’ 수요를 보여준다.

 

최리아 호텔스컴바인 마케팅 상무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국인 여행객들이 한여름 성수기를 피해 8월 말 이후까지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감지된다. 전 세계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여행 업계의 계절적 성수기 공식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여행 데이터 및 항공 업계 지표를 종합하면 폭염이 집중되는 북반구 한여름을 피해 9월부터 10월까지의 숄더 시즌으로 여행 수요가 분산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기온 상승은 여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쾌적한 기후를 찾아 고위도 지역이나 남반구로 목적지를 다변화하는 기후 도피형 쿨케이션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