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서 ‘매미 유충’ 대량 포획, 이유는 ‘여름철 별미’…서울시 “잡지마”

중국서 매미 유충 별미로 통해
도심 공원 싹쓸이 채집에 서울시 현수막 경고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 한강공원 등 도심 생태공원에서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무단 포획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철 밤마다 페트병을 들고 유충을 싹쓸이하는 일부 외국인의 식문화가 원인으로 결국 서울시는 채집 금지 현수막을 내걸고 단속에 나섰다.

 

◆ 야간 공원 점령한 곤충 채집객…여의도 샛강공원에 경고문 등장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일대 주요 진입로에 매미 유충 등 곤충 채취를 금지하는 안내 현수막이 일제히 설치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부 중국인들이 야간에 큰 통을 들고 다니며 매미 유충을 무더기로 잡고 있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친 데 따른 사전 예방 조치다.

 

당시 민원인들은 해질녘부터 5명에서 6명씩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나무기둥이나 풀숲을 뒤지며 곤충을 쓸어 담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서울시는 현수막에 특정 국적을 명시하지 않고 한글로 채집 금지 규정을 안내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 순찰과 계도 활동을 강화해 무단 채집을 1차적으로 예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각 채집 중단을 명령하고 관련 조례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매미가 천연기념물이나 법적 보호종은 아니지만 여의도 샛강공원처럼 생태계 보전 조례가 적용되는 구역에서는 허가 없는 동식물 채집이 엄격히 금지된다.

 

◆ 중국 여름철 별미 ‘지랴오호우’…SNS 타고 채집 노하우 확산

 

도심 공원에서 매미 유충 사냥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특정 국가의 독특한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산둥성과 허난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 유충을 '지랴오호우'라고 부르며 여름철 별미로 즐긴다.

 

현지에서는 매미 유충을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서 술안주나 간식으로 소비한다. 매미 유충은 고소한 맛을 낸다고 전해졌다.

 

최근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고, 이러한 식문화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채집을 넘어 조직적인 포획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 내 채집하기 좋은 공원 위치와 단속을 피하는 우회 방법이 공유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앞서 부산 삼락생태공원과 청주 무심천 일대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유충을 사냥하는 모습이 잇달아 포착되기도 했다.

 

◆ 단속 근거 부족한 법적 사각지대…지자체는 속앓이

 

사태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현장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법적인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근린공원의 경우 생태공원과 달리 곤충 채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명확한 조례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장에서 채집객들을 적발하더라도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제지 지시를 무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현장 관리자들은 일부 채집객들이 식용 목적인데 무엇이 문제냐며 반발해 논리적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상이한 인식을 조율하기 위해, 도심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국어 안내와 보다 촘촘한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여름철 별미’? 생태계 교란 초래 가능성

 

도시 생태학적 관점에서 매미 유충의 대량 남획은 도심 생태계 먹이사슬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매미 유충은 땅속에서 수년간 흙의 통기성을 높여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된 후에는 도심 조류와 양서류의 핵심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실제로 일본 도쿄 시내 주요 공원에서도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매미 유충 싹쓸이 채집이 기승을 부리며 지자체가 특별 공문을 게시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식문화 차이를 넘어, 국제화 시대에 이주민의 고유 관습과 거주국의 공공 생태 보전 기준이 충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