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19일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반 토막 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축소된 UFS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는 1부 연습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비태세 유지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 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년간 북한군과 한국군 전력·교리 변화 등이 기존 연합작전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려면, 방어에서 반격에 이르는 전쟁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연합연습이 필수다. 그런데 이번 UFS는 방어 연습만 진행한다. 이는 군 교리와 실제 상황의 차이를 좁힐 기회를 줄여 대비태세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UFS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계기로 바뀐 북한군 능력, 드론·위성항법체계(GPS) 교란 등을 반영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연습 축소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갑작스러운 연합연습 대폭 축소가 전작권 평가·검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관련 평가는 UFS 1부 연습에 주로 편성되어 있으며, UFS 기간 계획했던 능력·체계 평가는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쟁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연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가의 완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청와대, 정부와 군 내부에선 당혹한 기류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공개되기까지는 UFS 연습 축소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훈련 축소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알게 됐다”며 “미국의 상당수 당국자도 그 게시물을 보고서야 처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인지했다는 보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이번 사태가 “전작권 회복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그 내용을 몰랐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주미한국대사관이 즉각 미측 관계 기관에 문의했다면서 “서울에서도 주한(미국)대사를 초치해서 협의를 나눴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사와 당일 오후 접촉이 있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이 나왔던 지난 17일에 대사를 불렀음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UFS에서 계획됐다가 축소된 훈련의 시행 시점 및 연합공중훈련인 프리덤 플래그를 포함한 하반기 연합훈련 일정 조정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UFS의 대폭 축소가 한·미 동맹 신뢰도에 영향을 끼칠 우려도 제기된다.
한·미는 동맹 체제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한다. 안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한·미 간에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18일(현지시간) UFS 축소와 관련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대비 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UFS 대폭 축소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미국 액시오스는 이란전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화풀이’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최근의 가장 깜짝 놀랄’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미 훈련 축소가 인도태평양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이란전 장기화로 해군 항공모함을 중동으로 이동시켜 ‘미 항모 없는 태평양’이 현실화한 상태다. 중국이 이번 기회를 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