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부글부글’… 메시지 자제하며 대응 고심 [대법관 서면제청 파문]

사법부 독립성 논란 촉발 우려
불쾌 기류 속 내부 논의에 주력
국회 판단 맡기는 방안 등 거론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관례를 벗어난 제청 방식에 내부적으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지만, 곧바로 맞대응할 경우 사법부 독립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대법원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할지를 놓고 선택지를 저울질하는 형국이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전경. 뉴시스

청와대는 19일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조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른 법적·절차적 쟁점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명동의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지, 대법원과 추가 협의를 이어갈지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 제청이 이뤄진 데 대한 당혹감은 적지 않지만, 청와대가 직접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의 제청 방식을 문제 삼는 것도 사법부와의 직접 충돌을 피하려는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법원장이 먼저 사전 조율과 대면 제청이라는 관례를 깬 특수한 상황인 데다 최종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청와대 역시 기존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제청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강한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제청을 거부할 경우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어 법적·정치적 부담은 적지 않다. 대법관 임명이 지연돼 재판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청와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법부와의 대치가 국정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최근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법관 인선 문제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 경제·민생 정책에 속도를 내려는 청와대 구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휘발성 강한 사법부 독립 논란이 다른 국정 의제를 덮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 야권은 대법관 후보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법부 독립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최종 판단을 국회에 맡기는 방안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여당이 사실상 대법원장 제청 후보를 낙마시키는 모양새가 돼 사법부와의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제청안을 놓고 추가 협의를 이어가는 방안도 남아 있다. 청와대가 직접 제청을 거부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후보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제청 후보를 곧바로 거부하는 대신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이어서 정면충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