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일명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는 신규 마약류 에토미데이트를 밀수·유통한 일당 등 32명을 검거했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신규 지정된 후 첫 대규모 검거다.
과거 ‘주사제 앰플’ 형태로 유통되던 에토미데이트는 최근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담아 유통되면서 더 쉽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마약 조직이 에토미데이트를 유통할 때 비교적 구하기 쉬운 유사 약물을 임의로 섞어 유통하는 경우가 많아 투약할 경우 생명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대규모로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3개 밀수·유통 일당과 기타 판매책, 이를 투약한 매수자 등 총 3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13명(밀수입 3명, 유통 10명)은 구속됐다.
◆‘친척동생’에게 밀수 제안받고 ‘사회 후배’ 섭외
일당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위장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밀수·유통 범죄가 특정 조직을 넘어 일반인으로 점조직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설치기사인 A씨는 2차례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총 1㎏을 화장품 용기에 숨겨 태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올해 6∼7월 태국에서 해외 마약상으로 활동하는 친척 동생의 제안을 받아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사회 후배를 ‘운반책’으로 섭외하기도 했다.
타투이스트인 B씨는 에토미테이트 500㎖를 섬유유연제 팩에 숨겨 태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올해 1∼2월 태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태국인 여자친구와 택배기사인 사회 후배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선원 출신 베트남인 C씨는 올해 3월 해외 마약상의 지시를 받고 범행 사실을 모르는 ‘보따리상’을 통해 식료품 상자에 숨겨 인천공항으로 밀반입된 에토미데이트 1㎏을 배송받은 뒤, 이를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1∼1.25㎖씩 소분했다. 소분한 에토미데이트는 대구·경산 등지에서 또다른 유통업자 D씨 등에게 이른바 ‘던지기(비대면)’ 방식으로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A∼D씨는 모두 마약 전과가 없는 자들로 단순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마약 밀수·유통을 직접 기획하거나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한 에토미데이트에서 ‘동물용 마취제’ 나와
과거 에토미데이트는 주로 제약사가 정식 제조한 주사기 앰플 형태였는데 이번에 적발된 에토미데이트는 모두 해외에서 밀수한 원액을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담아 유통됐다. 이런 유통 수법의 변화로 인해 일반인이 에토미데이트를 ‘마약’이라는 인식 없이 특이한 담배나 가벼운 유흥거리로 흡입할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길거리나 유흥업소 등 공개된 장소에서도 주변의 의심 없이 흡입할 수 있어 불법 투약 확산의 주된 원인이 된다.
에토미데이트는 남용할 시 부산피질 기능의 저하로 인해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방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급격한 혈압 저하, 심박수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마약 조직이 에토미데이트를 유통할 때 유사 약물을 임의로 섞어 유통하는 경우가 많아 투약자가 생명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 한 유통책으로부터 압수한 에토미데이트를 감정한 결과 비마약성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 성분이 함께 검출됐다. 메데토미딘은 인체 투여 시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켜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에토미데이트와 혼합 사용할 경우 그 위험은 더 증폭된다. 최근 불법 유통 과정에서 빈번히 적발돼 마약류 지정 필요성이 지정된 신종 약물이기도 하다.
◆“유통 행위도 가중처벌 필요”…입법 개선 요청
경찰은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 중점 수사 대상으로 삼아 지난 6개월 간 강력한 단속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수사대가 2024년 7월 에토미데이트 불법 투약 의료기관을 적발한 것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관계 당국에 마약류 지정 필요성을 설득한 결과,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편입한 규정이 올해 2월13일 정식 시행됐다.
다만 아직 유통 행위를 가중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강선봉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1계장은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1조는 에토미데이트의 수출입·제조 행위만 가중처벌할 뿐, 국내에서 대규모로 유통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우리 수사대는 가중처벌의 공백을 메우고자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입법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1억2000만원을 환수 조치했으며 시가 12억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2㎏(전자담배 카트리지 2000개 제조 분량)과 소분 유통을 위한 빈 카트리지 1400개를 압수해 국내 유통을 사전에 차단했다. 밀수를 주도한 해외총책 1명은 인터폴 적색수배됐으며 다른 해외 총책 1명에 대해선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