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편지’ 쓴 제자와 또 수업…홀로 남겨진 피해 교사 [사건수첩]

화성 고교 교사, 교보위 ‘학급 교체’ 결정에도 ‘1인 교과’ 탓 분리 막혀
학교·교육청 대책 외면에 결국 병가…노조 “피해 교원 보호 사각지대”

제자에게 성희롱 편지를 받아 교권 침해를 인정받았지만 적절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교사가 개학 날 병가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사노조는 제도의 벽에 막혀 보호 체계가 실효성을 잃었다며, 피해 교사가 오히려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사각지대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19일 경기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화성시의 한 고등학교 2학년 담임 A교사는 지난 6월 담임을 맡은 반의 남학생 B군으로부터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편지를 받았다.

경기도교육청 광교 청사.

편지에는 A교사의 이름을 34차례나 부르며 성적 욕망을 표현한 구체적 문구와 위협적인 발언이 담겨 있었다. B군은 이전에도 해당 교사의 퇴근길을 막아서는 등 정당한 지도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교사는 극심한 심리적 트라우마와 구토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달 이 사안을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B군에게 학급 교체와 특별교육 8시간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A교사가 B군이 수강하는 선택과목을 교내에서 혼자 담당하는 ‘1인 교과 교사’였기 때문이다. 담임 학급이 바뀌어도 수업 시간에는 B군을 계속 가르쳐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발생했다.

 

A교사는 B군의 선택과목 변경이나 온라인 교육 수강, 시간강사 채용 등 분리 대책을 학교에 요청했으나, 평가 형평성과 강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관할 지역교육청 역시 사후 조치는 개별 학교의 영역이라며 발을 뺐다. 결국 A교사는 개학 첫날인 18일 출근 대신 병가를 선택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보위 결정 이후 피해 교원과 침해 학생 간 실질적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현행 보호 체계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법적·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교권보호전담관을 긴급 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