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인 줄 알았는데”…의사가 마트서 카트에 ‘절대 안 담는’ 4가지

냉동 완제품, 한 끼 나트륨 1000mg 육박…성분표 확인 필요
당 첨가 말린 과일 주의해야…가공육은 IARC 발암물질 1군
봉지 샐러드, 유해식품은 아니다…포장보다 원재료가 핵심

“건강식인 줄 알았는데?”

 

건강한 장보기를 위해서는 포장 형태보다 나트륨·첨가당 함량과 원재료 등 영양성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unsplash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무엇을 먹느냐만큼 무엇을 덜 먹느냐도 중요하다. 미국 내과 전문의 잉그리드 양 박사가 최근 자신의 장보기 목록을 공개했다.

 

그가 마트에서 의도적으로 사지 않는 음식은 네 가지다. 냉동 완제품, 당을 첨가한 말린 과일, 봉지 샐러드·샐러드 키트, 가공육. 양 박사는 장수를 연구하는 내과 전문의다. 지난 10일 값비싼 ‘슈퍼푸드’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챙기고 나트륨과 첨가당이 많은 제품을 피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에게도 나트륨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5mg. 남녀 모두 WHO 권고치를 웃돌았고 50대 이상에서 소폭 더 높았다. WHO 권고 기준은 하루 2000mg 미만. 한국인 평균 섭취량은 이 기준의 약 1.5배다.

 

◆냉동식품이 아니라 ‘냉동 완제품’이 문제

 

양 박사가 먼저 빼는 것은 냉동 완제품이다. 냉동식품 전체가 문제는 아니다. 양 박사도 냉동 연어나 냉동 딸기·블루베리는 산다. 냉동 채소와 곡물도 간단한 식사 재료로 쓴다.

 

피하는 건 조리와 양념까지 끝난 냉동 한 끼 제품이다. 이유는 나트륨이다. 1회 제공량에 수백mg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고, 확인한 제품 중엔 1000mg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 끼에 WHO 하루 권고량의 절반가량을 먹는 셈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을 높인다. WHO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혈압과 심혈관질환,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냉동실에 있다는 사실보다 성분표에 무엇이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말린 과일 전부는 아니다…‘첨가당’ 확인해야

 

두 번째는 말린 과일, 정확히는 설탕이나 감미료를 추가한 제품이다. 과일을 말리면 수분이 줄면서 같은 무게 기준 당과 열량이 농축된다. 여기에 설탕까지 더하면 당 섭취량은 더 늘어난다.

 

양 박사가 피하는 건 모든 건과일이 아니라 ‘당을 첨가한 말린 과일’이다. 신선한 과일이나 냉동 과일을 우선한다고 그는 밝혔다.

 

건포도나 대추처럼 설탕을 넣지 않은 건과일까지 나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건포도는 혈당지수가 낮거나 중간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다. 마트에서 볼 건 ‘건조’ 여부가 아니라 첨가당 유무와 1회 섭취량이다.

 

◆햄·소시지·베이컨…매일 50g에 대장암 상대위험 18%↑

 

세 번째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이다. 근거는 명확하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1군’으로 분류한다.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충분한 역학적 근거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IARC가 800건 넘는 연구를 검토한 결과, 매일 가공육 50g을 먹으면 대장암 상대위험이 약 18% 증가했다.

 

이 18%는 대장암 발생 확률이 18%포인트 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가공육을 먹지 않는 사람 대비 상대위험 증가폭이다. 가공육이 담배·석면과 같은 ‘1군’에 속한다고 위험 크기까지 같은 것도 아니다. IARC 분류는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발암 근거의 확실성을 나타낸다.

 

◆봉지 샐러드도 뺐다…‘나쁜 음식’은 아니다

 

네 번째는 가장 의외다. 세척된 봉지 잎채소와 샐러드 키트. 양 박사는 잎채소를 자른 뒤 보관 시간이 길어지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포장 샐러드보다 지역 농산물 직거래 채소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앞선 세 음식과 구분해야 한다. 봉지 샐러드가 건강에 해롭다거나 영양가가 크게 떨어진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절단·저장 조건에 따라 일부 영양소가 변할 순 있지만 수용성 비타민이 모두 빠르게 사라지진 않는다. 상추를 잘라 냉장 보관한 실험에서는 8일까지 유의미한 엽산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트 장보기에서 냉동 완제품·가공육·첨가당이 든 말린 과일 등을 피하고, 제품 뒷면의 나트륨·당류 등 영양정보와 원재료를 확인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위생 면에서도 이미 세척된 제품을 다시 씻을 필요는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포장에 ‘바로 먹을 수 있음’, ‘3회 세척’, ‘세척 불필요’ 표시가 있으면 재세척이 필요 없다고 안내한다.

 

봉지 샐러드는 냉동 완제품이나 가공육 같은 ‘피해야 할 식품’이 아니다. 신선도를 중시하는 양 박사 개인의 선택에 가깝다. 바쁜 일상에서 채소 섭취를 늘리려면 포장 샐러드도 현실적인 선택지다.

 

◆냉동·포장이 문제가 아니다…봐야 할 건 ‘성분표’

 

양 박사의 장바구니엔 콩, 렌틸콩,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무염 견과류, 플레인 그릭요거트, 치아시드, 냉동 연어와 베리류가 자주 담긴다. 주말에 렌틸콩을 삶아두고 한 주 동안 달걀, 샐러드, 곡물 요리에 곁들인다.

 

네 가지 선택의 기준은 ‘포장 음식은 나쁘고 신선식품은 좋다’는 이분법이 아니다. 냉동 연어와 냉동 과일처럼 가공이 적고 첨가물이 거의 없는 제품도 있다. 건강해 보이는 간식이라도 첨가당이 많을 수 있다. 냉동 완제품도 제품별 나트륨 함량 차이가 크다.

 

장바구니에 담기 전 봐야 할 건 화려한 포장 앞면이 아니라 뒷면의 영양정보와 원재료명이다. ‘건강식처럼 보이느냐’보다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