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의 나라’ 악명 잊었나…日 시간외근로 규제 완화한다

월 100시간·연 720시간 잔업 현실화

과로사를 뜻하는 일본어 ‘가로시’(Karoshi)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시킬 만큼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나라였던 일본이 다시 시간외근로 규제 완화에 나선다. 일본 부족에 빠진 경제계가 노동시간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음 달부터 노동기준감독서의 시간외근로 감축 지도 방식을 재검토한다. 일본 시간외근로는 노사 합의에 따라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까지 허용되지만, 그간 노동기준감독서는 가급적 월 45시간 이내로 억제하도록 일률적으로 지도해왔다. 도쿄대 졸업 후 일본 최대 광고 기획사 덴쓰에 입사했다가 월 105시간에 달하는 초과 근무에 시달리던 2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뒤 시간외근로 상한을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으로 정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이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노사가 월 45시간 이내의 시간외근로를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한 기업은 전체의 약 50%이며, 이 가운데 70%가 월 100시간 미만까지 시간외근로를 허용하는 ‘특별 조항’을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시간외근로 지도 방식 재검토에 나선 것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노동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요구가 나온 데다 경직된 행정지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노동 규제 유연화 기조도 영향을 줬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심신의 건강 유지와 종업원 본인의 선택을 전제로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할 방법이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취임 직후에는 현행 노동시간 규제가 “노동자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한다”면서 완화 방한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후생노동성은 시간외근로를 월 100시간까지 허용하더라도 사측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으나, 노동계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에게 시간외근로를 줄이려는 의욕이 감소하면서 일본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일하는 방식 개혁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