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모호해진 트럼프, 핵해체 아닌 탄두 제한 회담 목표"

美전문가들 "핵무기 57개 언급, 핵탄두 증산 중단 설득 의도"
"김정은, 이해관계 관철 위해 트럼프 양보 폭 가늠하는 중"
"트럼프, 한국 압박하지만…韓, 북미대화서 중요 역할할 동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과거보다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가늠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를 '57개'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해체보다는 핵탄두 제한을 북미 대화의 목표로 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019년 6월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이날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미국의 지난 30년간의 (대북) 정책은 물론 자신의 첫 임기 때와도 크게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향후 북미 회담 의제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는 전략적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확실히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어떤 것을 목표로 하든 '합의'에 결국 도달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어떤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가 본격화했던 2018년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의제와 수용 가능한 결과의 윤곽을 직접 정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유화 제스처에도 대화 제의에 즉각 반응하지 않은 데 대해선 "김 위원장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나아갈 의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서면 질의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 숫자를 '57개'라고 밝힌 데 대해 "오랫동안 비밀에 싸였던, 그 규모가 불분명한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매우 정확한 수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57'이라는 숫자를 듣기를 원하는데, 아마도 이 숫자가 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대량살상무기를 얼마나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무기를 해체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핵분열 물질을 더 많은 핵탄두로 전환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든, 올해 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확률은 이제 다시 50대 50, 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는 대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동맹인 한국에는 불만을 표시하고 압박하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한국을 비난하고 압박하고 있다"며 "한국은 북한과 어떠한 대화나 관계 개선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