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다’에서 ‘가차 없다’까지…일상 속 표현, 어디서 왔나

일상 속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의 어원

‘시치미 떼다’, ‘산통 깨다’, ‘찰나’ 등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 하는 표현이다. 흔히 사용하는 만큼 ‘어디서 온 말일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정확한 어원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상 속 자주 쓰이는 단어와 표현 뒤에 숨은 재미있는 유래를 짚었다.

 

매 사냥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시치미 떼다’…‘매 사냥’에서 유래

 

어떤 행동을 한 후 마치 자신이 하지 않은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뜻하는 ‘시치미 떼다’는 매 사냥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고려시대에는 매 사냥이 크게 성행했는데, 당시 사냥매의 꽁지깃에는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표시하는 ‘시치미’라는 표식을 방울과 함께 달았다. 하지만 잘 길들여진 남의 매를 탐내 시치미를 몰래 떼어내고 자기 매인 척 행세하는 도둑질이 잦아지면서, 특정 행동 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태도를 가리켜 ‘시치미를 뗀다’고 표현하게 됐다.

 

이외에도 매달다, 매섭다, 매끄럽다 등도 매 사냥과 연관돼 탄생한 표현들로 알려져 있다.

 

◆ ‘산통 깨다’…점괘에서 유래

 

흔히 잘 진행되던 일이 갑자기 틀어질 때 ‘산통 깼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는 산가지를 이용해 치던 점인 ‘산통점’에서 유래됐다. 산통점을 볼 때 산가지는 향나무나 대나무 등을 10㎝ 정도로 다듬어 1에서 8까지 숫자를 새겨 넣었는데, 이 산가지를 넣는 통이 바로 ‘산통’이었다.

 

산통점은 산통을 흔들어 그 중 3개를 꺼내 산가지에 적힌 숫자를 보고 점괘를 따진다. 만약 이 때 산통이 파손되면 점괘를 칠 수 없으므로, 비슷한 맥락에서 ‘산통 깼다’는 표현이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됐을 때를 뜻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점괘 관련 이미지.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다 된 밥에 재 뿌린다’, ‘초 쳤다’ 등의 의미와 비슷한 셈이다. 모두 잘 진행되던 일이 틀어져 의미가 사라졌을 때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 ‘찰나의 순간’…‘찰나’는 어디서 왔을까?

 

‘찰나’는 지극히 짧은 순간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사실 찰나는 고대 인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된 불교 용어다.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ksana(크샤나)’를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말할 때 불교에서 자주 사용됐다.

 

돌에 새겨진 산스크리트어 비문.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시간 개념으로 환산하면 75분의 1초(약 0.013초) 정도라고 전해진다. 

 

불교 경전인 ‘대비대사론’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명주실을 칼로 자를 때의 그 짧은 순간조차 ‘64찰나’의 시간이 흐른다고 기록돼 있다. 찰나는 그만큼 미세한 시간 단위라고 볼 수 있다.

 

◆ ‘단골 손님’의 ‘단골’ 어디서 온 말일까?

 

자주 찾는 가게나 고객을 뜻하는 ‘단골’은 사실 무속 신앙에서 유래한 단어로, 18세기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다. 

 

무당에는 신이 내려서 된 ‘강신무(降神巫)’와 부모로부터 무당의 신분을 물려받은 ‘세습무(世襲巫)’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중 세습무(世襲巫)를 당시 ‘당골’ 또는 ‘당골네’라 불렀다.

 

단골손님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한 고을에 모여 살아가던 사람들은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안녕을 빌 때 정해둔 ‘당골 무당’만을 찾아가 굿을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늘 정해 두고 찾아가는 관계’라는 의미가 시장 상권으로 확장되면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고객이나 가게를 지칭하는 ‘단골’이라는 말로 정착했다.

 

◆ ‘가차 없다’…어디서 온 말일까?

 

흔히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했을 때 조금의 사정도 들어주지 않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상황을 두고 ‘가차 없다’는 표현을 쓴다.

 

가차는 ‘거짓·임시 가(假)’ 자에 ‘빌릴 차(借)’ 자를 쓴다. 본래 한자 구성 원리인 육서(六書) 중 하나로, 어떤 뜻을 나타낼 한자가 없을 때 음이 같은 다른 한자를 임시로 빌려 쓰는 방법을 말한다. ‘독일(獨逸)’, ‘불란서(佛蘭西)’, ‘서반아(西班牙)’처럼 한자의 본래 뜻과 상관없이 외국어 발음만 비슷하게 빌려다 쓰는 것이 대표적인 가차의 예다. 불란서는 프랑스, 서반아는 스페인을 의미한다.

 

‘가차 없다’는 표현은 ‘임시로 빌려다 쓸 한자조차 없다’는 데서 유래했다. 즉, 임시 방편으로 어떻게든 빌려 써볼 도리나 여지조차 전혀 없는 상황을 가리키던 말이 ‘일말의 여지나 사정을 조금도 봐주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정착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과 표현 가운데에는 오래전 생활상과 문화,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말의 유래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평범한 일상 언어 속에서도 과거 사람들의 삶과 시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