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제네시스 첫 초대형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GV90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금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차량 한 대가 아니다. 제네시스의 새로운 장이자 럭셔리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라며 “이 새로운 모델에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국내외 취재진과 제네시스 딜러 등 300여명이 참석한 행사장 무대에 올라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럭셔리 자동차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GV90에 대해 “영감을 주는 디자인과 AI 기반 소프트웨어 및 연결성, 업계를 선도하는 안전 기술을 하나의 대형 플래그십 럭셔리 SUV에 모두 담았다”며 “진정한 혁신은 인간의 경험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러분은 세계 최초로 적용된, B필러를 숨기면서도 앞뒤 문이 각각 독립적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와 같은 혁신 기술을 만나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제네시스의 럭셔리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새로운 플래그십 SUV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GV90에는 제네시스가 최상위급 대형 전기차를 위해 개발한 전용 플랫폼(eMP)이 적용됐다. 문을 여는 방식도 기존 차량과 다르다. 일반 자동차에는 앞문과 뒷문 사이에 차체를 지지하는 세로 기둥, 이른바 ‘B필러’가 있는데 GV90은 이 기둥을 차체 안쪽에 숨겼다. 대신 앞문과 뒷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리도록 해 문을 모두 열면 가운데를 가로막는 기둥 없이 넓은 승하차 공간이 만들어진다. 제네시스는 이를 ‘네오룬 아치 게이트’라고 이름 붙였다.
또 차량이 뒤집히는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천장의 유리 지붕 전체를 에어백이 덮어 탑승자를 보호하는 ‘루프 에어백’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분야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제네시스 역시 이러한 혁신을 받아들여 보다 지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럭셔리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자유이자 아름다움”이라며 “그 아름다움은 장인정신과 진정성, 최고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표현된다”고 강조했다.
GV90는 제네시스가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과 디자인, 상품성을 집약한 최상위 모델이다. 특히 제네시스가 처음 내놓는 초대형 플래그십 SUV를 내연기관이 아닌 순수 전기차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브랜드의 정점에 전기차를 배치하며 향후 럭셔리 시장에서 전동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 회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럭셔리의 의미와 GV90 개발 과정, 향후 전동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제네시스가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안전하고 좋은 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브랜드 가치는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차를 타는 분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그분들의 인생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객이 지불한 가격 이상의 가치를 느끼고, 그 가치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진정한 럭셔리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품질과 안전성을 갖추고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GV90 개발 과정에선) 많은 도전과 난제가 있었고 처음 시도하는 기술도 적지 않아 연구원들의 고생이 컸다”며 “그럼에도 ‘이걸 이뤄내야 우리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과제를 하나씩 풀어낸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많은 고객이 만족해야 우리도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선 특정 동력원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기술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2015년 제네시스 출범 당시 제시했던 친환경차 목표에 대해 “아직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기차 역시 배터리와 모터 등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고 수소연료전기차도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내연기관차 역시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동화 방향에 대해선 “전기차는 전기차대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고 전고체 배터리도 연구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와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EREV도 적극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