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0일 오후 거제시 옥포동 상가 일대에는 물난리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호우 당시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해 깨진 일부 점포의 유리창에는 날카로운 파편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내부 집기들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건물 뒤편 주차장에는 물에 휩쓸린 냉장고가 쓰러져 있었고, 굴착기를 동원해 치웠는데도 미처 걷어내지 못한 진흙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40년 넘게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종욱(73) 씨의 매장에는 햇볕에 말리려는 콘센트와 멀티탭 여러 개가 빨래처럼 줄줄이 널려 있었다.
바닥에 쌓였던 진흙은 어느 정도 걷어냈지만, 가구를 하나씩 들어내 물기를 닦고 물에 잠긴 장비 중 무엇을 살릴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작업이 남아 있었다.
사진 인화 장비와 렌즈 등 고가 장비도 물에 잠겨 상당수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가게 안 집기 일부는 물에 떠내려가 피해 신고를 위해 사라진 물건이 무엇인지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처지다.
이씨는 "최대한 복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안 되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필요한 물건을 찾다 보면 '이것도 물에 떠내려갔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화장실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하나씩 정리하고 있지만 언제쯤 끝날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수해 복구 소식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옆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숙(76) 씨도 나흘째 가게를 지키며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임시로 전기를 연결해 선풍기 한 대를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가게 안에는 아직 손봐야 할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씨는 "피해가 안 간 곳이 없어 아직도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며 "우리 가게만 해도 반지 통이나 진열용품이 물에 젖어 못 쓰게 됐는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창원에서 와 빵과 우유를 한가득 가져다줬는데 정말 고마웠다"며 "물 한 병이나 '고생 많다'는 말 한마디에도 힘이 난다"고 했다.
복구가 길어지면서 새로운 불편도 생겨나고 있다.
이날 햇볕이 강해지자 상가와 도로에 말라붙은 진흙에서 먼지가 날려 복구 작업을 어렵게 했다.
피해 복구를 돕던 한 주민은 "옥포동 이웃이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나왔는데 진흙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 일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곳 상인들은 연세가 많은 분도 많아 직접 복구하기가 힘든 만큼 도움을 받아 유리창도 고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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