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도의 폭염이 덮쳤다. 1904년 근대 기상관측 이래 국내 최고기온을 새로 썼다. 폭염과 함께 가뭄도 이어지며 땅은 말라붙었고, 농업용 저수율은 한때 30%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불과 보름여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사흘간 900㎜가 넘는 비가 내려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모두 올여름 경남에서 벌어진 일이다.
왜 하필 경남이었을까. 양산의 42.5도 폭염과 거제의 900㎜ 폭우는 서로 다른 기상 현상이지만, 두 재난 모두 각각의 기압 배치에 경남의 지형적 특성이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슈퍼태풍?…“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아”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양산의 이례적인 폭염에 대해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뒤덮은 ‘이중 열돔’ 현상에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성이 더위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거제 폭우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동쪽에서 고기압이 발달해 남해안 일대에 비를 뿌린 저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높은 산이 많은 지형까지 겹치면서 비구름이 한곳에 머물렀다.
다음 변수는 태풍이다. 남해안의 바다는 여전히 뜨겁다. 이달 말부터 9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서 태풍이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반도를 정면으로 관통한 태풍은 2023년 8월 카눈이 마지막이다.
김 교수는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8월 말부터 10월 사이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온다면 슈퍼태풍이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남해안 수온은 이미 매우 높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 슈퍼태풍이 언제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여름 불청객 ‘모기’ 가을에 돌아온다
기후변화가 바꾼 것은 폭염과 폭우, 태풍 같은 대형 재난만이 아니다. 올여름에는 예년과 달리 모기 수가 급감했다. 지나치게 높은 기온에서는 모기의 활동과 번식이 둔화하는데, 가뭄으로 산란할 물웅덩이까지 줄었다. 하지만 폭염이 한풀 꺾이고 기온이 내려가면 모기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5~6월과 여름이 지나가는 9월 말에서 10월에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기온과 습도 등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넓어지면서 가을에도 모기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뜨거워진 한반도, 쌀 생산까지 흔든다
기후위기는 밥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용수 부족과 농작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 식물들에는 전혀 맞지 않는 아열대 기후로 변해버렸다”며 “온도가 조금만 더 올라가도 자포니카 계열 쌀은 적합성을 잃어갈 수 있다. 올해처럼 고온이 이어지면 우리나라도 쌀 흉작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달라진 기후위기, 재난대응체계 고쳐야”
김 교수는 달라진 기후에 맞춰 재난 대응 체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폭염이나 폭우라도 지형과 인구, 기반시설 등에 따라 피해가 달라지는 만큼,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난 대응은 지방정부가 주도권과 책임·권한을 가지고 나서고 중앙정부는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이라며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지자체가 따르는 하향식 구조인데 빨리 이런 기본적인 틀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연쇄적인 재난과 대응 방안에 대한 자세한 인터뷰는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