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초대형 전기 SUV ‘GV90’… “럭셔리의 미래 제시”

美 샌프란시스코서 공개 행사

축적된 기술·디자인·상품성 집약
순수 전기차… 전동화 모델에 중점
B필러 안쪽에… ‘아치 게이트’ 눈길

“진정한 모빌리티에 새로운 비전”
정의선 “최고의 가치 담겼다” 강조
“인공지능(AI)과 전동화 시대에 럭셔리란 무엇인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제네시스 ‘GV90 월드 프

리미어’에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럭셔리(고급스러움)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GV90은 단순히 새로운 차량 한 대가 아니다. 제네시스의 새로운 장이자, 럭셔리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라며 “이 새로운 모델에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신차 공개 행사에 직접 나서 공식 발표를 한 것은 2017년 코나 공개 이후 9년 만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에서 그룹 경영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행사장인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는 1915년 ‘파나마-태평양 국제박람회’가 열렸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제네시스의 첫 초대형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GV90 네오룬’과 ‘GV90’이 100여년 전 세계에 ‘재건과 혁신’의 가치를 알렸던 장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현장에는 국내외 취재진과 제네시스 딜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GV90은 제네시스가 그간 축적해 온 기술과 디자인, 상품성을 집약한 상징적 차량으로, 내연기관이 아닌 순수 전기차로서 전동화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상위 모델을 전기차로 내세우며 향후 고급 차 시장의 중심을 전동화에 두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정 회장은 “기술만으로 럭셔리를 만들 수 없고, 디자인만으로도 럭셔리를 정의할 수 없다”며 “진정한 럭셔리는 인간의 자유이며 장인정신과 진정성, 최고를 향한 노력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분야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제네시스는 혁신을 통해 보다 지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V90에는 제네시스가 최상위급 대형 전기차를 위해 개발한 전용 플랫폼(eMP)이 적용됐다. 문을 여는 방식도 기존 차량과 다르다. 일반 자동차에는 앞문과 뒷문 사이에 차체를 지지하는 세로 기둥, 이른바 ‘B필러’가 있는데 GV90은 이 기둥을 차체 안쪽에 숨겼다. 대신 앞문과 뒷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리도록 해 문을 모두 열면 가운데를 가로막는 기둥 없이 넓은 승하차 공간이 만들어진다. 제네시스는 이를 ‘네오룬 아치 게이트’라고 이름 붙였다.

제네시스 GV90. 현대차 제공

또 차량이 뒤집히는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천장의 유리 지붕 전체를 에어백이 덮어 탑승자를 보호하는 ‘루프 에어백’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최상위 모델인 만큼 공간과 편의성뿐 아니라 안전 분야에서도 제네시스가 보유한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담았다고 한다.

 

정 회장은 “새로운 플래그십 SUV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며 “제네시스에게 럭셔리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를 품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구매력과 신기술 수용도가 높은 고객층이 밀집한 곳으로, 미국에서 고급 차 수요가 큰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에선 운전자 없이 이동하는 구글 웨이모 등의 자율주행 택시가 곳곳을 누볐다. 현대차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는 혁신과 도전의 상징성이 강하고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받아들여지는 도시”라며 “제네시스의 미래 기술과 전동화 방향성을 보여주는 GV90을 처음 선보이기에 의미가 큰 곳”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기존 GV60·GV70·GV80에 초대형 GV90을 더한 데 이어,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의 첫 양산 모델인 GV60 마그마도 미국 시장에 곧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판매·브랜드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20일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 미국 내 85번째 브랜드 전용 전시장 ‘제네시스 오브 샌브루노’를 공식 개소한다. 차량 구매부터 서비스까지 제네시스만의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곳이다. 제네시스는 2022년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에 미국 첫 독립 전시장을 연 이후 전용 판매 거점을 빠르게 늘렸다. 201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네시스의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5만4049대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럭셔리 전기차 구매자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차급이 슈퍼 SUV”라며 “제네시스는 (GV90을 포함해) 2030년까지 세계 제네시스 판매 거점을 270곳 이상으로 늘리고, 40개가 넘는 시장에서 연간 35만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22개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