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는 가운데 북·미가 대화 재개를 두고 상호 탐색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입지를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턱을 높이면서도 두 정상 간 개인적 관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인지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가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심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요국제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고지도부의 대외 정책과 관련하여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사안일 것”이라면서도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소통 사실에 대해서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최종 판단은 김 위원장에게 달렸으므로 향후 협상을 진행할 여지를 남겨두는 의도로 보인다.
이 같은 의도는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에서도 엿보인다. 김 부장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변하지 않아왔고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은 오늘 현재 이 순간도 적대적인 대조선군사활동을 맹렬히 벌리고(벌이고) 있다”며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의 훌륭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 취해나가는 주권적 행사들은 매우 상식적이고 적중하며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 모두 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다만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대내외적 조건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핵·미사일 능력을 한층 강화했고 러시아 및 중국과의 전략적 밀착도 심화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릴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만큼 회담 자체보다 회담을 통해 얻어낼 실익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는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국에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과의 대화 성사를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려는 유인이 큰 상황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능력 강화를 차단하면서 경제·외교적 이익을 주는 거래를 추진하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데서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57개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등 핵능력 동결·관리에 초점을 맞춘 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결국 김 위원장은 협상의 문턱을 최대한 높이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체를 성사시키려는 상황에서 양측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고 주고받을지가 북·미 대화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