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감사” 문자에 해외 원정 용돈까지… 강남서 수사팀장의 ‘상습 사건 거래’

유흥업소 접대·명품·현금 챙기며 4명에게 5건 청탁받아
"내가 불송치한 사건, 빨리 끝내라" 후배 경찰관 압박 정황 드러나
연루 경찰관들 직위해제… 주가조작 혐의 양씨 남편 일당도 재판 진행 중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 사건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유흥업소 접대와 뇌물을 받은 서울 강남서 소속 A 경감이 양씨 사건 외에도 금품을 대가로 여러 차례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밝혀졌다. A 경감은 뇌물수수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신동환)는 강남서 수사팀장이던 A 경감을 뇌물수수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신동환)는 강남서 수사팀장이던 A 경감을 뇌물수수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모습. 뉴스1

검찰에 따르면 A 경감은 강남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사건 피의자 등 4명으로부터 5건의 사건 무마 및 수사 정보 제공 등 청탁을 받았다.

 

우선 A 경감은 지명수배된 사기 피의자에게도 접근해 강남경찰서 사건을 챙겨주겠다며 금품을 받았다. 그는 해당 피의자를 조사한 다음 날 직접 찾아가 식사 계산을 시키고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어 약 2개월 뒤에는 해당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한 뒤 피의자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두 차례에 걸쳐 용돈 명목으로 미화 3000달러(약 418만원)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 등 3명으로부터 사건 무마 및 청탁 등 명목으로 8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도 있다.

 

암호화폐·다단계 업자인 C씨에게 수사 정보 및 사건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상품권을 받은 A 경감은 후배 경찰관을 불러 사건의 조기 종결 등을 독촉했고 해당 사건은 고소장 접수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됐다. A 경감은 조사 당일 C씨에게 “회장님 조사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같이 오신 분 차도 빼 드리고, 커피와 간식 등도 드렸다” 등의 문자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에는 양씨의 남편 이모씨로부터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의자’ 신분이던 양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변경한 뒤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이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B 경정을 통해 A 경감을 소개받은 뒤, A 경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접대하고 명품 스카프 등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를 받은 A 경감은 전산상 ‘피의자’ 신분이던 양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변경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과거 필라테스 학원 프랜차이즈 모델로 활동하던 양씨는 2024년 7월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피소됐으나 A 경감의 조치로 같은 해 12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이후 양씨 관련 사기 사건이 추가 접수되자 A 경감은 후배 경찰관들에게 “내가 이미 불송치했던 사건이니 신속히 종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경감은 이씨와 수차례 통화에서 “(아내 사건은) 다음 주에 잘 끝날 거야”, “내가 이미 불송치 결정한 거니까 빨리 끝내라고 얘기했어”, “결과로 말해주는데 ‘고소 취소’”라고 말했고, 결국 두 번째 사기 사건도 중도에 수사가 중단된 뒤 불송치됐다.

 

인플루언서 양씨 사기 사건 무마를 대가로 남편 이씨로부터 함께 향응을 받은 경찰청 소속 B 경정은 알선뇌물수수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A 경감과 B 경정은 직위해제된 상태다. 이씨 등 일당은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의 주가를 조작해 14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