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합병 막고 보험사기꾼 내쫓는다…주주·소비자 보호장치 국회 통과 [한강로 경제브리핑]

상장사 합병 시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고 보험사기 연루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등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보이스피싱 조직 내부 고발자의 형벌을 감면해 주는 제도도 본격 시행된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381.41포인트(p)(5.89%) 상승한 6852.5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6.43포인트(p)(1.99%) 상승한 840.89로 마감했다.   뉴스1

◆합병가액 산정 시 공정가액 적용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앞으로 상장사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주가뿐만 아니라 자산가치와 미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해야 한다.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꼼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시장가격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대주주 일가 등이 의도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를 골라 합병을 추진하며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합병과 분할, 중요한 영업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진행할 때 시가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기업의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산출하도록 규정했다. 기업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제시받는 기준 가격 역시 공정가액 도입 취지에 맞춰 산정하도록 개선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절차적 감시망도 깐깐해진다. 특히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할 경우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사이에 얽힌 채무보증, 담보제공, 임원겸직 등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반드시 추가로 공시해야 한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된 뒤 세달 후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험사기 가담자 모집시장 진입 차단

 

보험사기 가담 전력이 있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앞으로 관련 시장 진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기존에는 보험설계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 임원의 자격을 심사할 때 보험사기 전력이 큰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아 재진입을 막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보험모집종사자 및 GA 임원의 결격 사유 기준이 되는 위반 법령을 기존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보험업 관련 ‘금융관계법률’ 전반으로 확대했다. GA 임원이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또 보험사기 가담 사실이 법원 확정판결로 입증되면 설계사 등록 취소 과정에서 청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 행정 처분의 신속성을 높였다.

 

보험사는 소속 설계사가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나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을 인지하면 즉각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소속 설계사의 생계 보장이 필요한 경우 영업정지를 대신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이스피싱 내부 고발자 형벌 감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핵심 가담자를 검거하는 데 협조한 내부자는 형벌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보이스피싱 범죄나 수익 은닉 등에 가담한 조직원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타인의 범죄를 규명하는 진술이나 자료를 제공할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통상 해외를 거점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자의 제보와 증거 확보가 수사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내부자가 협조하더라도 자신의 형량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진술을 꺼리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해당 개정안은 9월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는 즉시 시행되며,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